보리는 잊혀져갈 곡물이 결코 아니다. 바로 몇 십 년 전,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주린 배를 채워주고 굶주림의 고통을 해결해 주었던 주곡의 하나가 보리였다. 재배기술의 발달로 쌀이 증산되고 경제적 여유에 따라 육류나 우유류의 소비증대, 그리고 값싼 수입 밀의 공급에 밀려 보리의 수요처가 줄면서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100만 톤 이상을 생산하였으나 2012년에는 7.5만 톤(농식품부, 2013)까지 떨어졌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보리 생산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해서는 아니 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보리는 겨울 동안 비어있는 논밭에 심어 농지 활용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작물이다. 둘째, 우리나라 식량자원 확보의 문제이다. 사료를 포함한 식량자급도는 23.6%(2012)에 머물고 있으며 여러 여건으로 봐서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생산 가능하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식량 사정을 개선할 방법은 보리 증산이다. 셋째, 보리는 건강식품이다. 근래 문제가 되고 있는 만성병, 즉 당뇨, 고혈압, 심장병 예방과 변비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보리를 우리들 식생활에서 일상식화 하면 이들 만성병을 예방할 수 있어 국민건강도 챙길 수 있다. 넷째, 어려움에 처한 농업을 6차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즉 생산된 1차 산물인 보리를 다양하게 가공하여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보리밭과 푸른 초원을 관광 자원화 한다면 농민의 수입증대 및 국민 정서 진작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보리는 어느 작물보다도 재배비용이 적게 들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소비자가 선호하는 가장 좋은 값싼 유기농 곡류이다.

이 책에서는 보리의 재배역사, 일반적인 특성, 그리고 생산현황을 재조명해 보았고 아울러 보리의 육종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보리에 대한 영양학적, 기능적 특성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에피소드를 곁들여 정리하였다. 또한 보리를 이용한 여러 가공식품의 예를 들면서 보리가 우리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제시하여 보리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하였다. 아울러 전래되는 보리에 얽힌 여러 속담과 궁금한 사연들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