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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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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고도의 과학문명시대에 살고 있다. 불과 5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통신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로 우리의 생활은 편리하고 빠르고 넓게 확장되고 있다. 줄기세포 시술로 인체가 다시 젊어지고 120세 한계 수명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대 과학기술이 주는 편리함과 안락함이 큰 만큼 인류는 과학기술이 남긴 환경오염과 인간성 퇴화로 지구의 종말을 염려하기도 한다. 환경이 주요 화두가 되고 녹색성장이 강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중국과학문명사(Science and Civilisation in China)를 저술한 조셉 니덤(Joseph Needham, 1900-1995))은 그의 책 서문에 의미 있는 글을 남겼다.
“초기 중국인들은 그리스인들 못지않게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마도 훨씬 이른 시기에 현대 과학기술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어떤 방해요소가 있었던 것 같다. 도교사상 이외에도 중국에는 합리적 자연주의와 계몽적 회의론의 조류가 늘 있어왔고, 이것은 같은 시대 유럽에서 현대 과학기술이 성장하는 동안에도 중국에서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합리적 자연주의와 계몽적 회의론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주질서와 마찰을 빚고 인간 윤리를 거슬리는 수준에 이르면 거기에서 더 나아가는 것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나침반, 화약, 인쇄술 등 인류사를 변화시킬 수많은 발명을 해놓고도 이들을 실용화하지 못했다. 1950년대에 니덤이 보는 이러한 관점은 어쩌면 서양의 과학기술로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성이 몰락하는 오늘의 문제를 동양철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예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서양의 과학기술이 분석적이며 단순화된 가설과 증명에 근거한 반면 동양은 통합적이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가치를 두고 있다. 세분화, 고도화된 현대과학이 융합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동서양 과학철학 패러다임의 조화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하게 발전해온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와 특징을 간결하게 추려서 기술하고 있다. 융합을 위한 통섭의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환경 파괴와 인간성 몰락으로 주춤하고 있는 현대과학의 진로를 찾기 위해서 새로운 융합과 과학철학의 태동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과학기술의 역사를 쉽고 간결하게 재조명하고 이들 간의 대화와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과학기술에 눈을 뜨고 2l세기를 선도하는 과학자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류로 세계를 이끌 듯이 이제 과학기술로 세계를 이끌어 가는 한국인의 시대를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0월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이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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