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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을 회복하자 - 성서와 문화, 2023 겨울호
[ 2023-12-21 14:59:44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1696        
인간성을 회복하자

- 이철호(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식품공학)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묻지마 칼부림’이 우리 사회를 불안의 먹구름으로 뒤덮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으로 세계에서 흔치않게 치안이 잘 확보되어 시민이 밤에도 안심하고 걸어 다닐 수 있는 나라로 소문났던 한국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왔는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마하트마 간디(1869-1948)의 어록에 “인류의 위대함은 사람 자체가 아닌 사람다운 것에 있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 사회가 최근 몇 년간 사람다움을 잃어버리고 야만성의 천민(賤民)으로 들끓고 있는 징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는 연일 사람 같지 않은 협잡꾼과 철면피들의 억지주장과 사기행각들로 가득 차 있다. 아이들이 볼까 두려운 정치꾼들의 거짓과 몰염치한 행태가 우리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을 뒤집어 놓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배려가 상실된 황금만능주의 사회로 급속히 퇴화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모두가 황금만능주의의 늪에 빠져 심하게 오염되어 있으나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아파트 투기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별로 없고, 부자가 되기 위해 의사가 되거나, 판·검사가 된다는 게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상식으로 되고 있다. 아픈 사람의 고통에 대한 연민 없이 의사가 되는 것은 가장 불행한 삶인 것을 알면서도 젊은이들을 그길로 몰아가고 있다. 외과나 소아과 의사는 없고 성형외과 의사들이 차고 넘치고 있다. 정의를 지키기 위한 사명감이 없이 판·검사가 되는 것은 그 자체가 범죄 행위임을 알면서도 돈과 권력을 쫒아 그 길로 가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존경받아야 할 성직자와 학자들이 황금만능주의 파도에 무기력하게 밀려나가고 혹자는 반(反)사회적 이념과 자신의 영달을 위해 앞장서서 달리고 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끝 서열에 있던 공(工)과 상(商)이 정직과 근면으로 기업을 일으키고 반도체와 자동차를 세계에 팔아 나라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황금만능주의와 배금사상이 절제되지 못하면 자분주의는 병들게 되고 사회변혁을 요구하는 세력이 터를 잡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사회주의를 넘어 공산주의 구호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의 조용한 공산혁명 전략 11가지가 우리 사회에 현재 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지속적인 사회 혼란 조성, 학교와 교사의 권위 약화, 사법시스템의 신뢰 실추, 가족과 교회의 해체,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 과도한 음주와 마약의 만연 등이 공산화 전략으로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우리 사회의 기본구조와 가치를 파괴하는 이 무서운 전염병을 근절하지 못하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존립할 수 없게 된다.

 이 위중한 사태에서 우리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나부터 대오 각성하여 황금만능주의에 찌들은 때를 씻어버리고 본래의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 1차 세계대전 후 프랭크 부크맨 목사(1878-1961)가 제창했던 도덕재무장(Moral rearmament) 운동이 지금 우리나라에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직, 순결, 사랑, 상호존중을 실천하여 살 맛 나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 자식을 낳아 키우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통일이 되어 함께 살고 싶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면 우리 스스로 다시 태어나서 행동해야 한다.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 수준에 따른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비난하기 전에 그런 사람을 선택한 나 자신에게 매를 들어야 한다.

 유럽 선진국에서 정치 지도자로 부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귀족 출신이거나 뼈대 있는 명문가 출신들임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민주정치의 전통을 가지고 개인의 인권이 크게 보장되어 있는 나라에서 옛날 왕조시대의 특권이 아직도 대물림 되는 것 같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사회를 보면서 그 깊은 뜻을 깨닫게 된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의 선진 사회에서 정치는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일이며,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고 긍정적인 자세로 사회를 보는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 상식화 되어 있는 것이다. 공직을 돈을 벌고 권세를 부리는 자리로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거의 봉사직에 가깝고, 대부분 비서를 두지 않으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지역구의 사정을 둘러본다. 공(公)과 사(私)가 분명하고 사용한 공금은 철저하게 영수증을 붙인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기본적인 사회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어 지도자의 높은 도덕성과 애국심을 불문율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미국인들이 보여준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지금도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우리는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국시(國是)로 하는 선한 민족이다. 양심과 도리를 중히 여기고 염치와 체면을 불문율로 지키는 나라이다. 선비의 지조를 숭상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몸을 던지는 기개가 살아있는 국민이다. 이러한 한국정신(Korean spirit)이 일제강점기를 이겨냈고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더 나아가 한강의 기적이라 칭송되는 세계가 놀라는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며 첨단 과학기술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반세기만에 일인당 국민소득 100불의 세계 최빈국에서 3만 불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사상적 혼란과 가치관의 전도를 격고 있다. 우리는 지금 벼락부자가 되어 자손만대 존경받는 가문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아편쟁이가 되어 몰락할 것이지를 가름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온 국민이 배금사상에 중독되어 염치와 체면을 저버리면 이 나라는 곧 아르헨티나나 그리스처럼 처참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회 전체가 큰 깨달음으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 일이야 말로 오늘날 한국교회가 부여받은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성경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죄악으로 가득찬 소돔과 고모라를 유황불로 멸하려할 때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거기에 의인 10명이 있으면 징벌을 거두어 달라고 애원하듯 지금 우리사회는 진정한 의인들이 필요한 때이다. 이 시대의 문제를 바로 보고 국민정신을 개조하기 위해 행동하는 성직자와 교육자들이 나와야 한다. 덴마크의 구룬트비히(1783-1872)와 같은 교육자, “새 역사의 장초를 위하여”를 저술하여 전후의 암울한 사회에 희망의 빛을 비쳐준 유달영 교수님 같은 선각자들이 나와야 한다. 가치관의 전도로 인간성이 무너져 가고 있는 이 사회를 바로 세울 큰 스승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창의적인 정신으로 미래세계를 열어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이 각 분야에서 일어나야 한다. K-팝, K-드라마, K-컬쳐에 이어 K-과학, K-기술, K-정치가 완성될 때 한국은 옛 성인들이 노래한 세계를 선도하는 ‘동방의 등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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