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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곡물의 70%를 수입하는 한국 … 식량안보에 사명을 걸다
세계의 식량사정이 심상치 않다. 지난 2007~2008년에 세계 곡물가격이 두세 배로 급등하면서 최소한 30여 나라에서 식량부족에 의한 사회불안이 표출됐고, 몇몇 나라에서는 정권이 바뀌었다. 그 기간 동안 세계의 영양실조 인구가 1억 명이나 늘어 현재 세계 전체인구 65억 명 중에서 10억 명이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받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기아와 질병으로 매년 1천8백만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다. 최근의 세계 식량위기는 일시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 앞으로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는 것이다.
우선 최근에 우리가 겪고 있는 잦은 홍수와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식량생산의 감소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5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가 섭씨 0.7도 올랐는데 금세기 중에 최악의 경우 5도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도 오르면 해수면 높이가 10~15미터 상승하게 된다. 이미 지표면이 낮은 일부 섬들이 물에 잠겨 없어진 사례가 보도된 것처럼 앞으로 많은 해안가 경작지들이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2050년까지 세계 전체적으로 1~2% 식량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며 특히 아시아에서는 15~20%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구는 현재의 1.5배, 90억 명으로 늘어나는데 식량생산은 오히려 감소하므로 세계 식량 대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중국, 인도 등 신흥 국가들의 경제가 좋아지면서 동물성식품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기업형 축산은 1킬로그램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6~8킬로그램의 사료곡물을 소비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고기나 우유로 한 끼 배를 채우면 10명 이상이 먹을 곡물을 한 끼에 먹어치우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과 인도가 우리처럼 동물성 식품을 먹게 되면 세계 시장에 나오는 사료 곡물을 싹쓸이 하게 되고, 돈이 있어도 사올 식량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셋째로 석유값이 오르면서 바이오에너지의 생산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값이 배럴당 100불이 넘으면 옥수수를 발효시켜 생산한 알코올 연료가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07~2008년의 세계 곡물가격 급등은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하는 옥수수의 거의 3분의 1을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앞으로 바이오 연료 생산은 증가할 것이며 2020년에는 세계 곡물의 약 5%를 여기에 사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곡물의 70%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인은 전혀 식량을 걱정하지 않고 있다. 수출이 잘 되고 아직까지는 돈만 있으면 식량을 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곡물자급률 30%이하, 식품에너지 자급률 50%이하라고 하는 것은 만약 한반도에 비상사태가 발생하거나 우리가 원하는 식량을 해외에서 사올 수 없게 되면 국민의 대부분이 기아에 허덕이는 국가 초비상 사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배추대란에서 경험했듯이 식량은 1%만 부족해도 가격이 급상승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식량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처럼 무진장 만들어서 수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국민이 먹고 남는 것을 수출하는 것이다. 세계 식량 부족이 예측되자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식량 수출국들이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사태가 확산되면 우리는 심각한 식량난을 겪게될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취약한 식량 사정을 국민에게 자세히 알리고 미리 대책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나는 금년에 정년퇴임을 하면서 이 일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4월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www.foodsecurity.or.kr)을 설립하고 식량공급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식품산업이 이일에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다행히도 많은 식품기업인들과 독지가들이 재단을 위해 후원하고 있으며 토론회와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정책 대안을 연구하고 있다.
재단은 독지가들의 후원금으로 식량안보 정책 개발을 위한 연구과제를 개발해 젊은 연구자들에게 용역과제를 주려고 한다. 이미 1차 연구과제로 우리 재단의 이장은 박사가 ‘MSG불매운동이 국가경제와 식량안보에 미친 영향’을 연구해 지난 9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1회 식량안보세미나에서 발표했다. 두 번째 연구과제는 ‘식품산업의 식량안보적 기능에 관한 연구’로 지난 11월 1일부터 중앙일보 박태균 박사가 연구책임자로 수행하고 있다. 11월 29일 오후 aT센터에서 개최되는 제2회 식량안보세미나에서는 필자가 ‘한국과 일본의 식량안보정책 비교 연구’를 발표하고 각계의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식량문제는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을 시작한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온 생존의 문제이며 우리는 지금, 식량 위기를 예감하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 지식과 돈과 시간을 모두 여기에 바쳐도 아까울 것이 없다. 이일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보람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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