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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식품공학회] 추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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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의 역사’ 출판기념회 인사말
[ 2018-01-24 13:58:49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4223        

‘한국음식의 역사’ 출판기념회 인사말

 

저의 부족한 글을 한림원 회원 저술 지원사업에 선정해 주시고 이렇게 성대한 출판기념회를 열어 주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명철 원장님과 관계자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책을 편집하고 출판하느라 수고하신 자유아카데미 사장님과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음식은 사람이 생존하는데 하루도 거를 수 없는 물질이므로 음식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입니다. 또한 음식의 재료는 지역적 환경에 따라 다르므로 나라마다 독특한 음식문화와 음식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식품사 연구에는 두 분의 태두가 있었습니다. 수년전 돌아가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의 이성우 교수님과 가톨릭대 명예교수이신 장지현 교수님이 십니다. 두 분의 업적은 대단하여 수십권의 관련 서적을 저술하셨으며 우리나라 식품사 연구의 토대를 만드신 분들입니다. 

그러나 이분들의 연구에는 자료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성우 교수님은 일본에서 공부하신 분이라 일본 문헌을 많이 인용해서 우리의 식품사를 썻습니다. 앞에서 권대영 박사가 말씀드린 대로 고추가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주장하여 고추장, 김치, 비빔밥 등 우리의 전통음식의 역사가 500년도 안되게 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장지현 교수님은 주로 한문 서적에 근거하여 우리 식품사를 썼기 때문에 한문이 들어오기 이전의 역사는 중국의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의 시각에서 본 한국음식의 역사를 쓰려면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고고학적 자료를 조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고학연구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반세기 이상 늦게 1960년대에 시작되었으나 1970-’80년대의 눈부신 유적발굴 성과로 일제 강점기에 금석병용기로 뭉뚱그려진 우리의 고대사를 전기구석기시대에서부터 후기신석기시대에 이르는 50만년의 발자취로 우뚝 세워놓았다.   

저는 1998년 일본 경도대학 교환교수로 6개월 가있는 동안 한국고대사 서적들과 고고학 발굴자료들을 섭렵해 2편의 연구논문을 썼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구석기시대 식생활 환경’ 과 ‘동북아시아 원시토기문화시대의 특징과 식품사적 중요성’이라는 논문을 써서 한국식문화학회지에 투고했는데 두 편 다 리젝트 됐습니다. 사학과 교수들이 심사했는데 우리 고대사 편년에 언급되어 있지 않은 기원전 6천년 전후의 원시토기문화시대를 우리 음식의 기원으로 주장했으니 10번이라도 리젝트 될만 히지요. 그래서 이 논문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논문집에 실었습니다.  

대한해협 연안 한반도 동남해안과 일본 규슈 북서해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토기가 발굴되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 살던 해변의 채집자들이 토기를 발명하였다고 하는 것은 물을 담아 끓일수 있는 방법을 처음 개발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토기에 바닷물을 담고 해산물과 채소, 열매, 뿌리를 넣어 끓이면 지금우리가 즐겨먹는 탕이나 찌개가 됩니다. 찌개를 끓이는 동안 토기 가장자리에 돋아난 소금을 발견하게 되고 해수에서 소금을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물기 많은 음식을 토기에 담아두면 미생물이 작용하게 되고 그 것을 먹을 수 있으면 발효이고 먹을 수 없으면 부패입니다. 결국 씨앗이나 뿌리의 전분을 이용한 술 발효, 채소를 바닷물에 절인 김치발효, 어류를 소금에 절인 젓갈발효가 이 시대에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추론은 1970-80년대에 발표된 한반도 선사유적 보고서들을 식품과학자의 눈으로 재평가하여 얻어낸 결론들입니다.  

저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음식의 원류는 대한해협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남해안과 일본 큐슈 북서해안에서 인류 최초로 만들어진 원시토기를 이용하여 시작되며,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탕. 찌개 문화와 곡주, 김치, 젓갈을 제조는 동아시아 발효문화가 기원전 6천년경에 이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그동안 국내외에서 발간된 여러 책에 기술하였으며 외국학회에서도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의 조상 동이족이 기원전 3000년 전후의 동북아 국가형성기에 이 지역의 엘리트그룹으로 선진문화민족이 된 영양인류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내는 ‘한국음식의 역사’는 저의 일생의 연구결과를 총 정리한 최종판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영문판으로도 출판할 계획입니다. 하바드대학 대학원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한 Diana Evens씨가 번역을 맡기로 했습니다. 이 분은 작년에 출판한 콩스토리텔링을 번역한 분입니다. 번역 기간을 약 1년 예상하고 있어 내년 연말까지는 출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젊은 과학도들이 우리나라 고대사와 고고학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고고학 유물 발굴에서 인문학도들이 놓치는 많은 부분을 과학자의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음식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가장 밀접하게 맥을 같이하는 사료이므로 우리음식을 통한 올바른 고대사 인식은 지난 천년간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와 일본의 식민지 통치로 인해 왜곡되고 잃어버린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우리의 젊은 세대가 우리 역사 바로세우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분야의 연구를 이어나가 주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한림원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월 12일, 이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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