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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를 대비하자
이 철 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김치 배추 파동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평소 아무 걱정 없던 배추, 심지어는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하여 들판에서 수시로 갈아엎던 배추 값이 10배로 뛰어 서민들이 김치를 담궈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혹자는 4대강 사업으로 배추 경작면적이 줄어들었다고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태는 분명 기후변화로 앞으로 닥칠 식량위기의 단면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징후라고 보아야 한다. 나는 광릉수목원 옆에 작은 농장을 가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100여평의 밭고랑에 노란 속이 맺힌 배추가 꽉 차 있어야 할 텐데 금년에는 속없는 작은 배추 잎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지난 8월말 배추씨를 파종할 시기에 계속해서 비가 왔고 습한 기후에 벌레가 창궐하여 배추 싹을 모조리 잘라 먹었다. 두 번이나 모종을 사다 다시 심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김장배추는 이 파종 시기를 놓치면 무슨 수를 써도 제대로 된 배추를 수확할 수 없다. 기후변화의 작은 차이가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곳곳에서 대홍수와 가뭄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을장마가 최근에 감지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기인하는 현상이다. 지난 15년간 지구의 평균온도는 0.7도 가량 높아졌는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빠르게 온난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1세기 백년동안 지구의 평균온도는 섭씨 5도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평균온도가 1도 올라가면 해수면의 높이가 10-15미터 상승한다. 이미 태평양의 낮은 섬 국가들이 물에 잠긴 것을 보고 있다. 해변에 있는 많은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있다. 온난화가 진행되면 지금 우리가 보는 엘리뇨현상보다 더 심각한 기상변화가 올 것이며 이로 인한 재해와 막대한 식량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서기 2050년에는 지구상의 인구가 지금의 1.5배인 90억명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지구의 먹을거리 생산량은 지금보다 낮아지고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10-20%의 감수가 예상된다. 지금처럼 외국에서 남아도는 식량을 마음껏 사다 먹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 각국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자국의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우리고 있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식량을 함부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식량 수입국으로 변하여 일부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금년 밀의 수출을 동결하였다. 앞으로 이런 일은 수시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쌀이 남아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쌀은 곧 식량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식량이 남아도는 국가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국민 1인당 년 130킬로그램의 쌀을 먹었는데 지금은 년 70킬로그램을 먹고 있다. 그래서 쌀은 전체 식량의 30%밖에 기여하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밀의 전량, 옥수수의 전량, 콩의 8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외국에서 밀을 사올 수 없게 되어 빵과 국수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을 생각 보라. 옥수수와 콩이 없어 과자와 간장과 된장, 두부와 콩나물을 먹을 수 없는 사태를 생각할 수 있는가. 오늘의 배추파동은 이러한 시대를 알리는 서막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와 대단히 유사한 처지에 있는 일본은 우루과이 협상을 시작하던 1980년대부터 식량증산과 식량 확보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펴 왔다. 식량에너지 자급률을 지금의 40% 수준에서 2015년에는 45%로 늘려 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식량안보에 대한 의식이 없으므로 정부 정책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의 식량 문제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앞으로 닥칠 식량위기를 대비하는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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