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수산물 유통법, 오랜 숙원이 이뤄지는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에서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다. 김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수산업계에서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수산물 유통을 법제화하는 제정법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번에 발의된 법은 수산물 산지 유통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그 동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등에서 수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10일에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수산물 유통 개선 종합 대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을 간단히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수산물 유통 발전 기본 계획의 수립부터 수산물 어획후 위생관리, 산지 위판장과 산지 중도매인 법제화 등 수산업계의 숙원이 법률로써 구체화돼 담겨있다.
또한 수산물 산지 거점 유통센터, 소비지 수산물 분산 물류센터 등의 새로운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FPC라 불리는 수산물 산지 거점 유통센터는 그동안 농안법의 농수산물산지유통센터(APC) 규정을 근거로 사업이 지원됐지만 사실상 성격이 다른 부분이 많아 논란이 돼 왔다. 하지만 이번 발의안에 그 특성을 반영한 내용을 담았다.
사실 수산물 유통법을 만들려는 시도는 지난 해수부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시도됐다. 관련 연구는 물론이고 법률안도 수차례 만들었지만,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발의안이 통과되면 무려 15년 만에 결실을 이루는 것이다. 그것도 옛 해수부에서 시작했었던 법안을 새로운 해수부가 이어 받아 국회 발의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처럼 수산물유통법의 제정을 수산업계에서 고대하고 있었던 것은 농안법과 관련법들이 수산물의 유통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농안법은 청과류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법이다. 그런데 수산물과 청과류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청과류는 ‘살아 숨쉬는’ 것을 그리고 수산물은 활어패류를 제외하면 ‘죽어 있는’ 것을 유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 방법과 물류체계, 저온유통 기준, 품질 및 위생관리 기준 등이 모두 차이가 난다. 오히려 축산물이 더 가까운 특성을 지닌다. 그러다 보니 그 동안 많은 문제가 있었고, 발전도 뒤쳐졌다.
결국 수산물 유통법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아직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다. 단지 ‘발의’됐을 뿐이며 국회에서 통과되기 까지 앞으로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 하지만 오랜 숙원이던 법률안이 발의됐음에도 아직 수산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오히려 새로운 규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법률안이 발의 된 것이야 반갑지만 내용이 업계에서 반길만한 것이냐는 것과 불필요한 규제는 없는가 등을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따져 봐야 한다. 앞으로 이어질 공청회 등의 절차가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김춘진 의원실과 해수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이는 수산물 유통법이 정부만의 법이 아닌 수산업계에서 바라던 우리들의 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법률안의 발의는 분명 과거보다 한 발 나아간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법제화의 기회를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수산업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를 지켜보고 응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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