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농정하에 표류해온 우리나라 농정 현주소는 어디에 와있나. 또한 한·EU, 한·미 FTA에 이은 한·중 FTA라는 농업의 거대한 파고속에 우리 농업의 좌표를 어디에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박정희 정권을 시작으로 이러한 개방농정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떠한 대책을 세웠으며 현재 우리 농업·농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역대정권의 주요 농정공약과 그에 따른 성과 및 과오 등을 성찰하고 현 박근혜 정부가 지향해야 할 농정방향은 어디에 역점을 둬야 하는지를 되돌아본다.
① 역대정부의 주요 농정공약
박정희 정부(1970년대)는 절대빈곤과 식량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증산농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농산물 중에서도 주곡 증산을 위한 쌀 다수확 신품종의 개발 및 보급에 의한 녹색혁명, 그리고 새마을운동과 같은 획기적인 농촌개발 사업이 추진됐다.
전두환 정부(1980~1987년)는 농수산물 가격안정 및 농외소득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를 농정 기본목표로 삼았다. 즉 농업만으로는 소득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농촌공업화를 통한 농외소득정책으로 전환했으며 이를 토대로 1986년 ‘농어촌종합대책’을 수립했다.
노태우 정부(1988~1992년)는 대미통상압력과 GATT/BOP(국제수지 적자에 따른 수입제한 허용) 조항 졸업,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등에 대응, 중장기 구조개선대책과 투융자 계획을 수립했다. 1989년에는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을 마련했으며 1991년에는 농어촌구조혁신을 위한 42조원 투자계획(1992~2001년)을 수립했다.
김영삼 정부(1993~1997년) 기간에는 1993년 UR협상이 타결됐으며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1994년 ‘농어촌발전대책’을 수립했다. 또한 정부는 UR협상에서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쌀 개방불가’ 공약을 지키지 못한 보상적 차원으로 ‘농어촌특별세’를 도입했다. 문민정부는 농업구조 개선, 농어촌생활개선, 농어촌생활개선과 복지, 산업별 대책, 제도 개선 등 4개의 축을 중심으로 농정을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1998~2002)는 농업관련 조직의 효율화를 위한 조직통폐합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또한 1999~2004년까지 6년간 45조원의 투융자 계획을 수립했다. 농산물 유통혁신과 친환경농업 육성, 가족농의 육성과 같은 정책이 강조됐다. 논농업직불제(2001년) 등 직불제가 본격 시행되기 시작했으며 농작물재해보험(2001년), 농가부채 경감대책(1998~2001년) 등 농가경제안정화를 위한 시책들이 추진됐다.
노무현 정부(2003~2007년)는 농업·농촌종합대책(2004년)과 2004~2013년 까지 10년간 국고 119조원을 투입하는 투융자계획을 수립했다. 농업·농촌종합대책은 농업, 소득, 농촌의 3대 정책분야로 구분, 추진했으며 생산기반투자를 줄이고 소득안정과 복지분야 재원배분을 확충하는 데 주안을 뒀다. 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직접지불예산을 농림투융자의 20%까지 확충하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농정의 중심축이었던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와 쌀소득보전직불제를 도입, 쌀산업의 시장기능 강화를 도모했다.
이명박 정부(2008~2012)는 농어업 경쟁력 및 농어촌 생활수준 향상을 농정목표로 삼았다. 2008~2009년까지는 농수협개혁, 안전농식품공급 및 유통투명성 제고, 식품산업 육성에 주력했으며 2010년 2월에는 ‘농림수산식품·농산어촌 비전 2020’을 통해 ‘생명·건강·매력이 어우러진 농림수산식품 산업과 농산어촌’을 미래 비전으로 설정했다.
② 역대정부의 농정 특징 평가
이러한 역대정부의 농정공약에 따른 역사 평가에는 어떠한 특징이 있을까.
박정희 정부의 농정은 그 이전의 농정을 혁신시킨 부분이 크다. 녹색혁명에 의한 주곡자급, 농어민 소득증대특별사업, 4대강유역 농업종합개발 사업, 이중 곡가제를 통한 농업종합개발 사업, 새마을운동 등은 구호에 머문 것이 아니라 커다란 성과를 남긴 것으로 역사는 기록 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이후 노태우 정부까지 이어지는 정권은 농업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박정희 정부의 농정이 연장선상에 머물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전두환 정부의 농촌공업단지 조성사업과 노태우 정부의 UR에 따른 42조원 투융자계획은 당시 사회적 이슈를 잘 반영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한편 김영삼 정부의 농정에서 농정개혁이란 용어가 등장하고 ‘쌀개방불가’ 공약 이행이 불가능해지자 15조원 규모의 ‘농어촌특별세’를 추가로 신설하는 등 파격적인 농정의지를 보였다. UR 대응과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오늘날 ‘엘리트농정’의 싹이 된 중·대 농지원 강화농정이 이때 도입됐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농작물 재해보험, 직접지불제, 농가부채 경감대책과 같은 농정의안정기준을 강화하는 정책이 시도됐지만 한·칠레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 개방경제 체제를 본격적으로 수용해 농업 및 농가경제의 심각한 불안요인을 불러일으켰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쌀 관세화 유예연장, FTA지원 특별법지정 등의 대책과 각종 복지대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추곡수매제 폐지와 동시다발적 FTA추진에 따른 농업개방의 충격은 농가불안요인을 가중시켰다.
이명박 정부 농정은 동시다발적 FTA 추진을 더욱 강화하면서 그 충격완화 대책으로 다양한 농촌복지대책과 농가부채동결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지만 도·농간, 농가내부의 소득불균형, 농가 교역조건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농업총생산 비중 현격한 악화
국내 총생산과 농림어업총생산을 비교한 결과, 경상가격에 의한 농림어업총생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경제속 농업성장지수인 그 비중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나칠 정도로 감소하고 있다.
#농가교역조건의 현격한 악화
농가가 생산해서 판매하는 농산물과 농가가 구입하는 농기자재 또는 생활용품의 가격상승폭을 비교해 농가의 채산성을 따지는 지표인 농가교역조건(100이 넘으면 농가채산성은 높고 그보다 낮으면 채산성은 떨어짐) 역시 크게 악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역대 정부의 농가교역조건을 보면 박정희 정부 평균교육조건은 123.1, 전두환 정부의 경우 120.9, 노태우 정부 125.2, 김영삼 정부 126.6, 김대중 정부 112.9, 노무현 정부 103.8로 나타났으며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89.5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통계청)
③ 박근혜 정부의 농어업정책
박근혜 정부의 농정기조는 창조경제에 부응하는 창조농정으로 ‘희망찬 농업’, ‘활기찬 농촌’, ‘행복한 국민’을 농정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농정은 지속가능한 농업 및 모든 농업인 행복을 위해 효율성을 기초로 소통과 배려의 농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2013~201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이번 발전계획 수립과정에서는 지난 농정에 대한 평가와 대내외 여건을 토대로 새로운 농정에 대한 농업계 및 관련 기관과의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발전계획에는 1990년대 이후 중장기 계획에도 소득 및 삶의 질 등에서 도농격차가 지속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농정 패러다임에서는 개별경영체 중심의 생산성·경쟁력 향상 정책이 농업·농촌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농정목적으로 효율성과 형평성·국민행복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또한 획일적·분산적 접근을 지양하고 지역공동체·생산과 융합한 6차 산업·주민참여 등 통합적 접근을 강조했다.
또한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내외적인 여건 등을 반영, 효율성을 바탕으로 소통과 배려의 통합적 농정을 추진한다. ICT·BT 융복합에 기초한 창조농업과 농촌공동체의 자조·자립·협력을 통한 농촌잠재력 극대화 등으로 농정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