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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쌀 협상 타결 임박…시사점은 - 농민신문
[ 2013-12-04 14:10:00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11887        
링크 #1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25413&subMenu=dsearch&key=의무면제 , Hit: 10965
[초점]필리핀 쌀 협상 타결 임박…시사점은

관세화 유예 추가연장은 힘들듯

‘의무면제’ 카드 있지만 부담 커

의무수입쌀 대거증량이나
검역완화 등 대가불가피

 필리핀의 쌀시장 개방 시점이 5년 뒤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필리핀이 쌀 관세화 전환(전면 개방) 의무를 일정 기간 면제받는 대가로 제시한 타협안에 대해 이해당사국들이 어느 정도 수긍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 159개 회원국 가운데 쌀시장을 관세화로 개방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필리핀뿐이다. 필리핀의 쌀 관세화 관련 협상 과정과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알아본다.


 ◆관세화 유예는=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농산물 시장은 1995년부터 ‘관세화’를 통해 대부분 개방됐다. 누구든 관세를 물고 외국 농산물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한국·일본·필리핀의 쌀, 이스라엘의 양고기·분유·치즈는 전면개방 시점을 늦추는 대신 일정한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장 문을 활짝 열었다가는 값싼 외국산이 밀려들면서 관련 생산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과 필리핀은 개도국 조건으로 쌀 관세화를 10년(1995~2004년) 늦췄다. 선진국 조건에 맞춰 개방 시점을 6년 뒤(2001년)로 미뤘던 일본은 2년 이른 1999년 전면 개방으로 돌아섰다.


 한국과 필리핀은 관세화 유예 마지막 해인 2004년 이해당사국과 협상을 통해 의무수입쌀을 늘리는 대신 관세화 유예 종료 시점을 한차례 더 미뤘다. 농산물 관세의 대폭적인 인하를 논의하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곧 타결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10년(2005~2014년), 우리보다 쌀협상이 6개월 늦게 끝난 필리핀은 7년(2005년 7월~2012년 6월)의 시간을 확보했다.


 ◆협상 과정은=필리핀은 쌀시장 전면 개방을 7개월 앞둔 2011년 11월 관세화 유예 조치를 재차 연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관심을 나타낸 9개국과 협상을 벌였지만, ‘WTO 농업협정(부속서 5의8항)상 쌀 관세화 유예의 연장은 1회에 한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미국·호주·캐나다의 벽에 부딪혔다.


 이에 필리핀은 WTO 농업협정을 내려놓고 ‘WTO 설립을 위한 마라케시 협정 제9의3조’에 규정된 의무면제(웨이버)를 사용하겠다는 요청서를 2012년 3월30일 개최된 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제출했다. 의무면제 조치를 받으려면 WTO 상품무역이사회 승인을 거쳐 일반이사회 또는 임시회에서 4분의 3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2012년 11월26일로 예정된 상품무역이사회를 1주일 앞두고 필리핀과 9개국은 의무면제의 세부 조건을 논의하는 집중 협상을 벌였다. 이 협상에서 의무수입량 등 쌀과 관련된 내용은 대체로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다른 농산물 개방 폭을 둘러싼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에도 미국·호주·캐나다는 축산물 관세 인하와 검역기준 완화를 요구하며 필리핀을 괴롭혔다. 그러자 필리핀으로부터 국별쿼터(수출국에 일정한 의무수입량을 배정하는 제도) 증량을 약속받은 중국·인도·파키스탄이 발끈했다. 쌀 관련 보상이 합의됐음에도 미국·호주·캐나다 때문에 자신들의 기대이익을 누리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필리핀도 반격에 들어갔다. 협상 타결 전에는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국제관례를 깨고 올 10월18일 열린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의무수입량과 관세 인하 수준, 국별쿼터를 공개했다. 일부 국가의 과도한 요구 때문에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을 나타낸 것. 결국 미국 등은 “필리핀과의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발언으로 다른 협상국을 달랬다. 이에 따라 내년 2~3월로 예정된 상품무역이사회에서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WTO는 전망하고 있다.


 ◆시사점은=필리핀이 쌀 관세화 유예 연장을 포기하고 의무면제로 전환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관세화 유예 추가 연장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WTO 농업협정상 관세화 유예 연장을 두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주명 주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은 “국내적으로 논란이 됐던 관세화 추가 유예는 현실적으로나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라고 밝혔다.


 반면 ‘2015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쌀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는 자동관세화론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의무면제를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방법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의무면제를 받으려면 의무수입쌀 증량이나 다른 농산물의 양보를 각오해야 한다. 필리핀은 연간 의무수입쌀을 2012년 기준 35만t에서 80만5000t(2017년 기준)으로 2.3배 늘리고, 의무수입쌀에 부과하는 관세를 40%에서 35%로 낮추기로 했다. 2014년 기준 우리의 의무수입쌀이 40만9000t인 점을 감안하면, 의무면제에 따른 물량 부담이 90만t을 웃돌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검역 완화 등 다른 농산물의 희생이 뒤따를 수 있다. 실제 2004년 쌀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다섯가지 과일의 ‘신속한 수입위험평가’를 약속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만성적인 쌀 부족 국가인 필리핀은 연간 100만~200만t의 쌀을 수입하기 때문에 의무수입쌀 증량에 큰 부담이 없다”며 “이에 반해 한국은 의무수입쌀을 늘릴 여력이 거의 없고, 따라서 의무면제 조항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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