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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로 시작된 세계 식량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 지는 오래되었다.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식량 생산이 소비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그 원인이다. '블랙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식량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밀만 해도 중국의 소비는 미국의 3배를 넘는다. 중국에 곡물 수입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이미 큰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쌀·밀·옥수수에 대해 수출 쿼터를 도입하고 수출관세를 부과하는 곡물 수출 통제 조치를 내렸다. 당시 우리는 미국으로 수입국을 바꿨지만 이상기온 현상과 대체에너지 생산 등으로 미국의 사정 또한 녹록지 않았다. 그 결과 사룟값은 급등했고 우리 축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그동안 우리가 누렸던 풍요는 언제 어디서든지 값싸게 사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이러한 구조에 빨간 불이 켜졌다. 주요 곡물의 공급이 세계적으로 달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신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남의 입장을 생각할 나라는 없다. 더구나 수출국들이 자원민족주의 정책을 확장하고 있으니 걱정이 크다.
식량자급률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역대 최고치 경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에 이어 2012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2년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식용곡물)은 45.1%로 전년에 비해 또 떨어졌다. 사료 곡물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더 심각해 전년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한 22.8%에 불과했다. 우리 먹거리의 80%가량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식량안보를 허투루 넘길 사안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셈이다.
우리나라의 낮은 식량자급률 문제는 어제오늘 불거진 것이 아니다. 2006년에 이미 2015년부터 5년 단위로 자급률 목표를 설정했다. 2015년의 곡물자급률 목표는 25%였다. 2005년 곡물자급률 29.4%보다 낮춰 잡았다. 그러나 농업보다는 산업화를 중시해 성과는 고사하고 농지의 무분별한 전용만 부추겼다. 이 같은 영향 등으로 2008년 곡물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26위다. 농업이 불가능한 아이슬란드나 도시국가인 룩셈부르크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다. 주식인 쌀 자급률마저 2011년 80%대로 떨어져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목표가 헛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이상기후가 심화하면서 식량 생산과 공급의 불안감으로 머지않아 식량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식량자급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를 감안, 식량자급률 목표를 재설정했다.
2006년보다 곡물자급률 목표는 5%포인트 늘려 2015년 30%, 그리고 2020년에 32%다. 식량자급률은 2015년에 57%, 2020년에 60%대로 목표를 늘려 잡고 있으나 목표를 좀 더 구체화하고 실현 가능한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등 새 식량자급률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식량안보는 이제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식량이 무기로 변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제 구조는 대응책 마련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량자급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농지와 농업인들의 수 또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쌀은 전 세계 인구의 34%인 30억 명이 주식으로 하는 대표적인 곡물이다. 2008년 전 세계적으로 곡물 파동이 일어났을 때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 확보차원에서 쌀 수출을 금지했고, 몇몇 국가에서는 쌀을 수입하려 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쌀 수요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필리핀의 경우 쌀 가격 폭등에 대한 대응으로 "쌀은 그대로, 가격은 반으로!"의 구호를 외치면서 시민이 시위에 나섰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간 바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다. 1970년대 초반 통일벼가 개발돼 보급되면서 당시의 쌀 생산량을 최소 30% 이상 늘려 식량자급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면서 보릿고개라는 말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하락하고 있는 중국의 식량자급률이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 그런 만큼 식량안보 차원에서 곡물의 안정적인 확보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쌀 중심으로 식량자급률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해외 식량기지 확보 및 수입대상국 다변화 등 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