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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안전관리 - 소비자 불안요인과 대처방안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한 음식을 먹으면서 가장 불안해하는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산업화와 도시화로 식품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공간적, 시간적 거리가 멀어짐에 기인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자기가 먹을 음식을 대부분 남의 손에 의존하고, 같은 동네에서 취하던 음식을 다른 동네에서, 더나아가 국내를 넘어 다른 나라에서 식품을 구입해 먹다보니 안심하기에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식품의 원산지 표시를 하고 국내산을 더 비싸게 사 먹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현대 과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비자 의식구조, 식품안전 관리 시스템의 불합리, 그리고 불안감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일부 세력들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고도의 과학기술 시대에 살고 있다. 분석기술도 급속히 발전하여 1960년대에는 식품중에 들어 있는 성분 30여 가지를 밀리그램(mg)수준으로 검출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식품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되면 밀리그램 수준이므로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위해성분이 검출되면 온 국민이 놀랐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크로마토그래피가 개발되면서 100여종의 성분을 마이크로그램(ppm) 단위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이때에는 독성물질 중에 백만분의 1그램 농도로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성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성분도 있다. 그래서 위해성분이 검출되면 이것이 위험한 수준인지 아닌지 위해평가를 거쳐 사용여부를 결정했다. 사람들은 위해평가의 결과를 기다려야 했으므로 검출된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하게 된다.
2000년대에는 핵자기공명분석기, 고압액상크로마토그래피 등 고도로 발달한 분석기술로 식품에 들어있는 거의 모든 성분을 나노그램(10억분의 1그램) 수준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분석기에 시료 한 방울을 넣으면 400여개의 성분 함량이 순간적으로 분석되어 수치가 나오는 기적 같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분석 장치는 영양성분, 맛성분, 중금속, 독성물질, 알레르기 물질, 발암물질 등 식품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화학성분을 극미량까지 분석해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아직 1960년대의 ‘검출은 위험’이라는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어 극미량이 검출되어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도의 과학기술시대에 살려면 거기에 맞는 지식과 의식구조를 가져야 한다. 위험수준보다 훨씬 낮은 양이 검출된 것을 문제 삼으면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분석기술의 발달과 위험인식>

식품의 안전관리는 정부의 기본 업무로 식품 중에 들어 있는 위해성분(hazard)이 인체에 해를 끼칠 만큼 많은 양이 들어있어 위험(risk)한 수준인지를 평가하여 생산과 유통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동안 식품 안전평가는 약품 안전평가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게 독성학적 평가방법에 준하여 행해졌다. 독성성분 개개에 대해서 위해평가를 하고 허용치를 산정하여 관리해온 것이다. 약물의 경우에는 한두가지 유효 성분의 독성을 평가하여 용량을 정할 수 있으나, 식품은 수많은 성분이 복잡하게 서로 상호 작용을 하므로 한두 성분의 위해평가로 전체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특히 식품은 약품과 달리 매일 먹어야하고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독성 성분을 가공 조리 과정에서 제거하고 먹어야 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식품을 약품처럼 관리하면 먹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소비자들은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식품의 안전관리와 위해평가를 폭넓은 위험과 이득의 수지계산(risk and benefit balance)에 근거하여 새롭게 접근하려는 시도가 유럽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식품은 이와 같이 복잡하고 안전성 평가를 쉽게 할 수 있는 물질이므로 아니므로 소비자의 관심이 크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많은 소비자단체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안전상의 문제를 조기에 차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한두가지 사안에 집착하고 과잉행동을 하거나 과장 보도하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욱 불안해 지고 안심하고 먹을 수 없게 되고 식품가격은 오르게 된다. MSG 불매운동, 이온화 조사식품의 표시 확대, GMO 반대운동과 표시확대 주장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고 국가 식량수급에 커다란 어려움을 주게 되는 일에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인들이 열을 올리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한 음식을 먹으면서 가장 불안해하는 이유이다.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 산업계, 언론계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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