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곡물사업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2011년부터 추진했던 해외곡물사업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당초 사업계획 시한 중 마지막 년도를 맞았다. 3년차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곡물사업이 올해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년간의 과정을 살펴볼 때 올해 역시 시간만 때우게 될 공산이 크다.
애초부터 aT의 해외곡물사업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외국 곡물시장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사업대상국의 곡물생산자들과의 어떠한 네트워킹도 형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사실상 무모한 도전이었다. 처음부터 조급하게 달려든 것으로,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일본 젠노가 해외곡물사업에 뛰어들 당시만 해도 세계곡물시장은 불황이었다. 시설을 빌리기도 쉬웠고, 매입 역시 어렵지 않았다.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을 때 해외곡물사업을 추진해 뿌리를 내린 것이다. 특히 일본은 본격적인 해외곡물사업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현지에 진출, 곡물을 구매하면서 각종 지식과 경험을 축적했다.
그러나 aT는 일본의 사례와 정반대의 상황에서 달려든 것이다. 해외 현지의 사정과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국내에 앉아서 계획을 세웠다. 돈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안이하고, 단순하게 사업을 추진했다.
해외곡물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한 민간업체와의 관계설정도 문제였다. 사업성의 불투명도 있었겠지만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이 사업에 참여했던 민간업체가 모두 발을 뺀 것이다. aT는 해외곡물사업의 여건을 조성하고, 방향만 잡아줬어야 하는데 사업의 주도권을 놓지 않은 게 문제였다.
국회에서도 aT의 해외곡물사업을 문제 삼고 나선 이유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의원들은 aT의 국가곡물조달시스템 추진이 실효성도 거두지 못한 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해외곡물조달목표를 10만톤으로 잡아 놓고 1만톤에 그친 것은 정보가 부족한 것이고, 산지엘리베이터 확보에서도 참패한 것을 두고 aT의 무능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22.6%에 불과해 77.4%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에서 곡물의 원활한 수급은 반드시 필요하다. 애그플에이션 등으로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조급하게 달려들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aT가 이 사업의 주도권을 행사하려고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aT가 추진했던 지난 2년의 세월이 아쉽기는 하지만 해외곡물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하고, 현지에서의 네트워킹을 조성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다음 기회가 생길 때 치고 들어가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해외에서 조달한 곡물을 팔 수 있는 국내 유통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을 한건주의나 실적위주로 생각해 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시드머니를 확보해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고, 민간으로 하여금 이 사업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