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밀, 옥수수 등 곡물가의 급상승으로 인해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과거와는 달리 곡물 재고량이 충분해 애그플레이션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17 일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장태평)는 “금년 상반기까지 안정세를 지속하던 국제 곡물가격이 러시아의 가뭄과 이에 따른 수출금지 조치 등에 따른 공급 충격으로 밀을 중심으로 7월 이후 크게 상승하고 있지만 국제 곡물가 파동이 있었던 ’08년과 비교하면 재고량이 양호해 08년과 같은 곡물가격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년 전 애그플레이션은 주요 곡물의 공급 부족 및 유가급등에 따른 바이오에너지용 소비 등으로 모든 곡물이 일제히 상승했으나 현 상황은 지난해 이후 금년 상반기까지 밀을 비롯한 주요 곡물가격이 꾸준한 내림세를 보인 결과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이 곡물시장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2년 전 애그플레이션 때는 과거 20~30% 수준에 머물던 주요 곡물의 재고율이 2년 연속 17%선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세계 밀 재고율은 28~29%선에 있었으며, 러시아 등의 생산량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26% 수준의 높은 재고율이 전망돼 공급부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식품부가 한국제분공업협회, 사료협회, 전분당협회, 농수산물유통공사, 대두가공협회 등을 통해 파악한 밀, 옥수수, 대두 등 수입 곡물은 11일 기준 연간 수입 소요량의 평균 89%를 확보하고 있어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향후 국제곡물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수입 밀을 대체하는 쌀 가공식품 시장 확대, 조사료생산 확대, 필요시 할당관세 추진 등 적극적 대응을 통해 국내가격 안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농 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은 불확실성이 다소 높은 시기이나 흑해연안국의 가뭄피해 정도 및 북반구 지역의 겨울 밀 파종면적에 대한 신뢰성 높은 데이터가 산출되는 9월이면 곡물시장에 유입된 투기성자금의 유출과 함께 곡물가격의 고공행진이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사료업계는 이미 금년 도착 분의 구매가 마무리된 단계이고, 제분업계의 경우도 현재의 보유재고량 및 구매·운송·가공과정 등의 소요기간을 감안할 때 이번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4~5개월 뒤에나 국내원가에 영향을 미치게 돼 하반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서 이상기후 발생이 잦아지고 있고, 국제 곡물가격의 변동성이 높아 가격급등 현상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국제 곡물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격상승 국면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을 관련업계와 협의를 거쳐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전체의 전년 이월재고량이 약 1억9400만 톤에 달하고, 세계 밀수출 1위인 미국은 약 3000만 톤에 달하는 누적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있어 러시아 등 일부 국가의 생산량 감소 및 수출중단이 곧바로 세계전체의 공급량 부족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