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재근/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지난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도는 22.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0년까지 10여 년간 평균 28% 수준으로 유지되던 곡물자급률이 이렇게 된 데에는 수요에 비해 국내 곡물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급수준을 유지해 온 주식인 쌀마저 자급률이 크게 감소했다. 더욱이 올해의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도 15만t 가까이 줄어든 407만t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우리의 식량문제 전반에 대한 위협요소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곡물생산국의 가뭄, 폭염 등으로 옥수수를 포함한 식량 작물의 생산이 크게 감소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식량파동을 야기한 2008년의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수급 불균형은 앞으로 더욱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쌀을 제외한 밀, 옥수수, 콩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곡물수입국이다. 곡물의 해외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곧바로 국내 농식품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식량의 안정적인 수급대책을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겠다.
우선 농경지가 도로, 택지 등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때 230만㏊가 넘었던 농경지가 거의 매년 1만~2만㏊씩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170만㏊ 이하로 줄었다. 농경지는 한번 훼손되면 농작물 재배지로 되돌리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리고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법제화를 하루속히 도입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2020년의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32%로 정하고 있다. 곡물자급률 감소추세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이 목표치가 달성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식량 자급률 목표치는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농경지가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막고,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기반 구축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가야 한다.
오늘날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심한 가뭄, 폭우, 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는 세계의 곡물 생산을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농작물 생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쌀 생산량이 냉해년인 1980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을 기록하게 된 것도 두 번에 걸친 태풍 피해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농업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전국 각지의 농업 기후생태에 적응하는 농작물의 품종개량과 재배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하고 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더욱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벼를 포함한 주요 식량작물의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이곳은 다수확 벼 품종인 ‘통일벼’를 개발해 쌀 자급을 달성한 곳으로 우리나라의 농업 기후지대를 중부, 호남 및 영남지역으로 구분해 지역에 맞는 작물의 품종 및 재배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기상이변이 있었지만 쌀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산돼 왔는데 이는 기후환경이 다른 곳을 품종 개발지로 해 벼 품종을 개발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곡물생산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기후변화라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범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 속에서 곡물의 안정적 생산도 각종 재해에 견디는 능력이 높은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로 해결해야 한다. 식량자급도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식량안보 전반에 대한 대책의 수립과 점검이 있어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