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올해 쌀 생산량이 32년만에 가장 적었다고 한다. 이는 쌀 생산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쌀 생산량은 작년보다 5,2%, 21만8천t 줄어든 400만6천t에 그쳤다. 지난달 내놓은 예상치보다 7만t 가까이 더 줄었다. 400만t 선을 간신히 턱걸이했다. 하지만, 현미를 쌀로 환산하는 비율을 말하는 현백률 9분도(92.9%)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미곡종합처리장에서 실제 사용하는 12분도(90.4%)를 적용한 생산량은 389만8천t으로 400만t을 밑돈다. 쌀 생산량 감소는 매년 계속돼온 재배면적 축소에 태풍 피해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완벽한 예방체계를 갖추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온전히 비켜가긴 어렵다. 따라서 일시적인 감산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재배면적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 따른 감산의 고착화 현상이다. 영농 현대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원천적으로 재배면적 축소에 따른 감산분을 보전하기 어렵다. 중장기적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쌀 감산 추세를 꺾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실현 가능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농정 당국은 올해 쌀 생산량이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내년 수급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상황을 꼼꼼히 살펴 필요하면 수급안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논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보조금을 주는 사업의 수혜 대상을 줄여 쌀 재배면적 추가 축소도 막겠다고 한다. `고품질 다수확 벼 품종 재배 확대', `재해에 강한 벼 품종 개발ㆍ보급 확대' 등 다른 대책도 내놓았다. 대체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쌀 감산은 소비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추세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혹여 벼 재배면적 축소와 이에 따른 쌀 산출량 감소 현상을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는 일각의 진단을 애써 외면하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식량안보는 우리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애그플레이션이 빈발하면서 식량안보 문제가 국제사회의 중요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애그플레이션은 곡물가격 급등이 물가불안으로 이어지면서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을 말한다.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대비한 식량안보 강화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지기도 했다. 개별 국가들끼리 식량안보 문제에 공동 대응하려는 기류도 엿보인다. 그만큼 이제 식량안보는 외면할 수 없는 초미의 과제로 다가왔다. 그런 점에서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데 진력해야 할 때라고 본다.
우리 정부도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내 곡물 생산기반을 확충해나가야 할 필요성은 절감하는 듯하다. 끝모르게 추락하는 식량 자급률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2.6%로 전년도보다 5%포인트 더 떨어져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심지어 2010년에 100%를 웃돌았던 쌀 자급률마저 80%대로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9년 기준 곡물자급률 순위는 34개국 중 29위였다고 한다. 안정적인 국외 구매처 확보나 양자, 혹은 다자간 농업개발 협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농업 생산기반이 더는 잠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