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지난달 미국과 동유럽 가뭄으로 농지가 파괴되면서 국제 식량가격이 10%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은행은 30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들이 취약계층을 위해 식량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중 옥수수와 밀 가격은 각각 25%씩 올랐고, 콩(대두) 가격은 17% 상승했다. 특히 옥수수와 콩 가격은 식량위기 우려가 불거졌던 2008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쌀 가격은 4% 하락했다.
미국은 60여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으며 옥수수와 대두 생산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전통적인 밀 생산국의 작황도 타격을 받았다. 거기에다 미국이 석유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옥수수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에탄올 생산을 의무화한 것도 옥수수 가격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용 세계은행 총재는 “이례적으로 높은 식량가격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덜 먹는 상태를 용납할 수 없다”며 “각국 정부들은 취약층이 받는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목표한 비축량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이 특히 취약하지만 곡물가격이 급등한 다른 국가 역시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은 가구 소비에서 식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식량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식량가격 급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모잠비크에서는 옥수수 가격이 113% 치솟았고, 수단과 남수단에서도 수수 가격이 200% 안팎으로 급등했다.
다만 세계은행은 “식품 가격이 급등하며 곳곳에서 폭동이 발생했던 2008년 식량위기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식품원자재 가격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세계은행 식량가격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6% 올랐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2월보다도 1% 높은 것이다.
이와 별도로 21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들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가진 회담 후 성명에서 “식량가격 급등 우려가 커진 가운데 각국 정부가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PEC 정상들은 내주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서도 식량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식량 문제야말로 APEC 회원국들이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며 “가뭄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개도국과 전세계 빈곤층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