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이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니 정부의 식량주권수호 의지를 의심케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 등이 요구한 내년도 예산 중 기획재정부가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과 주거환경 개선 등의 예산을 1조4,000억원 줄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농식품부 등이 앞서 올해보다 9,000억원가량 줄어든 17조3,000억원을 기재부에 제출한 안보다 대폭 삭감돼 논란이 예상된다. 기재부의 뜻대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내년도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2조원 이상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농식품 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6.2%에서 내년에는 4%대로 추락한다. 현 정부 들어 최저치다.
특히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니 걱정이다. 국제 식량위기가 닥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수리시설 유지 관리나 다목적 용수 개발 사업은 당장 내년부터 손을 써야 하는 사업이다. 그런데도 예산 부족으로 미룬다면 향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새누리당과 농식품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와 독거노인을 위한 공동생활형 주택 조성 등의 사업도 불투명해졌다니 농어민의 삶의 질도 악화될 것이 뻔하다.
기재부는 전체 예산에서 농림수산식품 예산이 적지 않다는 논리를 펴는 모양이다. 그러나 농수축산연합회는 최근 성명서에서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수산식품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2% 안팎인데도 예산은 6% 넘는다며 농어업 현실을 외면한 내년도 예산안을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GDP 비중으로 재원 배분의 합리성을 따지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은 농어민이 아니면 공급할 수 없다는 식량주권 확보 차원에서 농식품 예산을 늘려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