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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파동과 다람쥐 쳇바퀴 - 농민신문
[ 2012-08-13 14:16:14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10363        
링크 #1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06103&subMenu=articletotal , Hit: 11003

[양승룡 칼럼]곡물파동과 다람쥐 쳇바퀴

 최근 국제 곡물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이 1t당 340달러를 넘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단 1개월 만에 50% 넘게 상승한 것이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가뭄과 더위로 시작된 이러한 급등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옥수수 가격의 상승은 밀과 대두 등 다른 곡물가격의 상승까지 견인하고 있다. 이번 곡물파동은 사료와 식품업계는 물론이고 물가당국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과거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높은 가격의 향방이 전혀 점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료나 식품업계는 원자재의 미래가격을 예상해 투기적으로 경영하는 것을 금기시해야 한다. 항시 곡물파동과 같은 급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고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 그런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곡물파동과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을 위험관리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대비에는 비용이 든다. 일종의 보험료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위험과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보험을 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도 위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상시 위험관리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곡물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나오는 대책은 모두 동일하고, 일회성이며, 정치적 구호에 그친다. 국내 생산기반 확보와 해외농업개발, 장기계약과 수입선 다변화, 선물시장 활용 등의 대책은 곡물파동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그러나 급박한 상황이 지나면 그대로 묻힌다. 곡물파동의 심각성이나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식량위기는 몰라서가 아니라 무책임에서 오는 것이다.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은 과거의 일회성 곡물파동과는 다르다. 1970년대 이후 30년 동안 우리는 네차례의 곡물파동을 겪었다. 과거의 곡물파동은 대부분 냉해나 가뭄 등에 의한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에 기인했고, 이는 재배면적의 증가와 수요 대체, 정책 개입으로 수개월 내지 1년 이내에 원상 복귀됐다. 그러나 2006년 봄부터 시작한 곡물가격의 상승세는 6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2005년 미국의 바이오에너지 정책에서 촉발한 애그플레이션은 기후변화와 맞물려 구조적이며 만성적인 식량위기를 시사한다. 구조적이라 함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체계적임을 의미한다. 기상재해로 인해 생산 차질이 더욱 빈번해지는 반면, 재배면적의 제약과 생산기술의 정체, 부족한 수자원 등으로 초과수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은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투기적 자본을 지속적으로 상품시장으로 유인하고 있다. 거시경제적 변화가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될 경우 국제 곡물시장은 장기적으로 더욱 복잡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애그플레이션은 다양한 요인들이 동시에 작동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그러나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라기보다는 잘못된 에너지 정책과 무책임한 식량정책, 그리고 기후변화의 결과물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한편, 전 지구적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민들의 식량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식량문제는 평균적인 상황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도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는 안전우선원칙(safety-first principle)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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