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 절반이 주식으로 하는 쌀과 또 다른 주식인 밀, 그리고 대표적 사료곡물인 옥수수 등 주요 곡물가격이 동시에 폭등하고 있다. 2006년 봄부터 시작된 농산물가격 상승세는 6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이러한 농산물 가격 폭등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고 명명했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
세계는 2006∼2008년 1차에 이어 2010년부터 시작된 2차 애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이는 과거의 식량파동이 거의 1년을 넘지 않은 것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각 곡물시장의 수급여건이 다름에도 국제 곡물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녹색혁명 이후 1972년과 1996년 두 차례에 걸쳐 발생했던 곡물파동은 이상기후에 의한 생산량 감소가 주 원인으로 일시적인 것이었다. 이에 반해 이번 식량파동은 수요 측면의 변화에 의한 수급불균형과 국제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에 의한 투기적 수요가 주 원인으로 모두 구조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구조적이라 함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임을 의미한다. 소비 측면에서는 경제성장과 함께 증가하는 곡물 소비와 곡물을 원료로 하는 축산물 소비, 화석연료의 대안인 바이오에너지 정책이 장기적인 수급불균형의 원인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극심한 기상변동에 의한 수확 감소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재배면적의 제약, 생산기술의 정체, 부족한 수자원이 초과수요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어렵게 한다. 이와 함께 유럽발 경제위기와 저금리 기조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투기적 자본을 상품시장으로 유인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환경의 변화가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될 경우 곡물시장은 더욱 복잡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최근 곡물가격 폭등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면서 식량자원화가 현실이 돼 나타나고 있다. 과점 상태에 있는 국제 시장에서 주요 수출국이 수출물량 규제나 수출세 부과 등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은 식량수입국의 입장에서 매우 불안한 현상이다. 러시아와 파키스탄 등이 특정 국가에 대한 식량 수출을 제한한 사례는 식량무기화의 선례가 돼 더욱 우려스럽다.
곡물파동은 식량자급률이 낮은 한국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식량자원화가 진행될 경우 식량안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량위기 상황 속에서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으로 일본과 같이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해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국내의 우량농지를 유지하고 농업소득 안정화를 통해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국제시장에서 곡물조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물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장기계약을 이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본과 같이 국내 선물거래소에 수입옥수수 등 주요 곡물을 상장시켜 국내 사료생산자나 무역업자가 가격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해외식량자원 개발로 해외농장 개발과 국제 농기업에의 투자, 농업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제는 적절한 제도와 충분한 기금, 그리고 전문적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부와 국민의 식량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식량문제는 평균적인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도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는 안전우선원칙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