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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價 급등…동북아 식량안보기금 설치 필요"
농경硏 `국제곡물시장 동향과 대응전략' 세미나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주요 곡물수출국이 식량을 무기화하는 것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식량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이 물가 전반의 상승압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의 우려가 현실화하자 곡물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동북아 차원의 식량안보기금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31일 개최한 `국제곡물시장 동향과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김용택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의 해외 곡물조달 구조가 비효율적이고 가격변동에 매우 취약하므로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 협회를 통한 대행 수입 등 수입모델이 단순해 안정적 곡물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일괄 현물구매 방식 역시 가격 급등기에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곡물 메이저 기업들의 시장지배력 강화로 구매자의 시장 교섭력이 떨어지는 현실도 언급했다. 4대 곡물 메이저가 국내 수입 곡물의 60%, 축산 사료의 90%를 취급하고 있어 국내 농가의 가격교섭 능력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곡물가격 인상은 국내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파급 효과가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2006∼2008년 곡물가 급등 기간에 농협사료 가격이 63%나 올랐다고 지적하고, 이후 국제 밀 가격과 환율 안정에도 국내 밀가루 가격 인하는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석호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해외곡물시장에 대한 정보력이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곡물관련 국제정보 수집이 번거롭고 정보조합 능력이 낮다. 해외곡물시장에 대해 수집된 자료마저도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곡물시장 변화에 능동적ㆍ선제적 대처가 미흡한 만큼 관련 정보를 한 곳에서 검색할 수 있는 웹 시스템을 구축해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료협회 김민수 과장은 지금처럼 곡물가격 급등이 지속하면 머지않아 원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료업계가 일정 기간을 두고 선도구매 형식으로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있지만, 길게는 5개월 짧게는 3개월 내에 공급받게 돼 있다면서 "6월 초반까지 구매한 가격보다 현재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50%나 높아 곡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해외농업자원 확보 작업도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은 곡물 확보 체계를 잘 갖췄지만, 우리는 동남아와 연해주 등지에 농지개발과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데도 여러 장애 요인들 탓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진하는 곡물조달시스템 역시 준비단계에 머물러 있어 비상사태시 해외로부터의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곡물가격 급등 때마다 식량 확보를 위한 여러 대책이 마련됐지만, 현실적인 방안과 실천이 없어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식량을 무기화하는 미국ㆍ캐나다ㆍ브라질 등에 대해 범세계적으로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동북아 식량안보협력체를 구성하고 국제적인 식량안보기금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농경연 성명환 곡물실장은 동북아 식량안보협력체를 구축해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식량위기에 대처해 식량안보를 달성하는 방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량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비상시를 대비해 식량안보 프로그램과 식량안보기금 조성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높은 곡물가격은 농업투자를 증진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환일 연구위원은 에너지가격 상승과 동시에 농업생산비용이 올라 곡물가격 상승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면서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선 높은 곡물가격이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수익성이 확보돼야 토지의 농지로의 전환이 늘고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늘며 농업의 확대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투기자본의 활동을 강제로 억누르기보다는 순기능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그는 "금융자본의 곡물시장에 대한 투기활동에 법적 규제를 가하기보다는 비상업적 거래의 경우 국제곡물시장 발전기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금융시장에서 논의되는 토빈세처럼 곡물시장에서도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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