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에 곡물가 급등..식량 쇼크 재발 우려 글로벌 경제에 물가상승 압박..경제 회복에 `찬물`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유럽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치솟는 곡물 가격이 주범이다. 곡물 가격이 최근들어 크게 뛰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가뜩이나 줄어든 소비를 더 위축시킬 위기감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콩값은 이미 2008년 수준으로 폭등했고 옥수수 가격도 최근 한달 사이 40%나 뛰어올랐다. 밀 가격 역시 6월 한 달 동안에만 20%가 올랐다. 국제 곡물가격 폭등을 부른 주된 원인은 남미와 미국 등 세계 주요 곡창지대에 지속되고 있는 고온과 가뭄 등 이상 기후다.
▲최근 6개월간 옥수수 가격 변동 추이(단위: 달러)
남미의 콩 벨트로 불리는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은 지난 2월부터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왔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미국의 옥수수 및 콩 경작지도 이상 고온에 시달리며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러시아 곡창지대마저 가뭄과 홍수 피해를 보면서 올해가 사상 최악의 흉년이 될 것이란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상 기후가 지속되자 미국 정부는 11일(현지시간) 올해 옥수수 생산량 전망치를 147만 9000부셸에서 129만부셸로 공식 하향 조정했고, 이는 옥수수 가격의 급등으로 다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곡물 가격의 급등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며, 이것이 전방위적인 식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데 있다. 동물 사료로 사용되는 곡물가격의 급등은 육류 가격 등 식료품 가격 전반을 올리는 애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밥상 물가를 불안하게 만든다. 식품가격의 상승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여 경기를 더욱 위축 시키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또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에탄올의 주 원료인 옥수수 가격의 급등은 에탄올과 원유 등 기존 원자재 가격을 끌어 올릴 수 있다. 올해 들어 4% 이상 하락하던 에탄올 가격은 옥수수 가격이 오르자 다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아직 위기의 늪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곡물가격 파동이 본격적으로 밀려든다면 세계 경제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안정된 물가를 바탕으로 추가 부양책 도입을 고민했던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물가 상승 압력이 현실화되면 부양 카드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
지난 2008년 식량 쇼크가 이머징 국가들의 수요 증가로 촉발된 것과 달리 이번 곡물가 급등은 수요 변수뿐만 아니라 기상 문제라는 통제 불가능한 공급 부족 문제까지 겹쳐 사태가 과거보다 더 심각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기상 전문가들은 “세계 각 지역에 가뭄, 장마, 추위 등 다양한 기상 피해를 입히는 라니냐(평년보다 0.5도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는 현상)의 발생 주기가 5년에서 1~2년으로 줄어들었다”며 “이는 사실상 라니냐의 상시화를 의미해 앞으로 기상 이변 현상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