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60㎞ 정도 떨어진 평원지대에 가면 낯익은 이름의 농장이 나온다. ‘현대미하일로프카농장’이다. 여의도 면적의 23배인 6700㏊ 규모를 자랑하는 농장으로, 현대중공업이 연해주 지역에 두 번째로 세운 곳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9년 ‘현대하롤농장(1만㏊)’을 건설했다.
두 농장에선 해마다 1만6000톤 규모의 콩과 옥수수, 밀, 귀리 등을 생산한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를 해외에서 판매하거나 한국으로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식량 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 종합상사들이 곡물 수출입 사업을 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 얘기. 최근에는 기업들이 아예 해외에서 직접 농장을 만들어 곡물을 생산하는 등 영농사업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농사에 눈을 돌린 기업은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오래전부터 쌓아온 곡물 수출입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팜오일(야자유) 농장 개발 전문 업체를 인수하고 3만6000㏊ 규모의 농장 개발을 추진 중이다. 쌀농사로 유명한 캄보디아에서도 2만6000㏊ 규모의 농장을 조성 중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내년부터 14만톤 규모의 곡물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해외에서 직접 생산기지를 만들어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사업을 한다는 계획이다”라면서 “향후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지에도 농업기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4월 미국 시카고 현지법인인 aT그레인컴퍼니를 세웠다. 삼성물산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진, STX가 공동투자했다.
삼성물산은 aT그레인컴퍼니를 통해 지난해에만 10만톤이 넘는 콩과 옥수수를 국내로 들여왔다. 오는 2015년까지 215만톤 이상의 곡물을 들여올 예정이며, 콩과 옥수수 외에도 밀과 보리 등으로 곡물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LG상사도 지난 2009년 말 인도네시아 팜 농장을 인수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팜오일 생산에 들어간다. STX그룹은 아예 미래 성장산업의 하나로 곡물사업을 추진 중이다. 계열사인 ㈜STX가 유통을 맡고, STX팬오션이 운송을 담당하는 구조다.
STX는 지난 2009년부터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곡물터미널을 건설해 지난 2월 첫 번째 곡물 수출을 선적했고, 7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이 밖에 미국 서부에 있는 다른 곡물터미널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상사, 식량사업 원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