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시드(oil seed)로 분류되는 농작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식량 위기 공포가 재점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오일 시드는 기름을 짤 수 있는 농작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콩, 옥수수 외에 유채과의 카놀라, 평지씨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 27일 현재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5월 인도분 콩값은 1부셸(27.2㎏)당 15.09달러까지 올라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초에 비해 20% 넘게 오른 것이다.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콩값이 16~17달러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식량 위기 공포가 정점을 찍었던 2008년 7월의 16.63달러였다. 콩값이 급등한 것은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늘어서다. 올초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에선 라니냐 현상으로 뜨겁고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며 콩 생산이 급격히 줄었다. 남미 지역이 전체 콩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반면 중국은 올해 1분기 서구화한 식사 습관으로 육류 소비가 늘며 콩 수입을 20% 늘렸다.
다른 오일 시드 가격도 마찬가지다. 카놀라 가격은 1톤당 665.9캐나다달러로, 역대 최고치인 2008년 7월 수준과 격차가 좁아졌다. 평지씨 가격도 1톤당 514유로로, 2008년 최고치에 비해 불과 2% 낮았다.
트레이더들은 옥수수값은 나머지 농작물보다 상승 폭이 덜 하겠지만 중국의 수요가 크게 늘며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 50년간 중국은 간헐적으로 해외에서 옥수수를 수입해 왔지만, 현재 진행되는 매입 움직임은 1960년대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크리스 개드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띠고 선적 운임이 내리면서 중국 바이어들이 높은 가격의 농작물 값을 지불할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당장 2008년 수준의 심각한 식량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농작물 가격 지표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밀과 쌀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됐기 때문이다. 남아시아 및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주식인 두 농작물은 지난 수년간 생산이 꾸준히 이어지며 공급 우려를 다소 덜었다. 인도 및 주요 신흥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설탕값도 2008년 최고 수준에 못 미치는 상태다.
하지만 오일 시드는 식용 기름 뿐 아니라 소·양·돼지 등 주요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는 점이 문제다. 곡물 가격이 오르면 육류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사료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에서 이미 육류 비용 상승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말 ‘식량가격 동향’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의 식량 수요, 미국 및 남미 지역의 기상 악화로 식량 가격이 반등했다”며 “생산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식량 가격이 더 높은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