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이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우리 정부는 즉각 비상관리체제에 돌입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 당사국들도 북한 내부의 변화조짐을 포착하려 촉각을 곤두세웠다. 절대적 리더십이 사라진 북한의 권력 판도에 커다란 공백이 조성된다면 북한의 급변사태는 더 이상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망에서 발표까지 만 이틀이 넘게 걸렸다. 그 사이 북한 내 특이동향은 없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사망 발표 후에도 북한은 안정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애도정국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북한은 우리가 우려하는 외부 도발보다는 내부에서 새로운 권력체제를 공고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들도 안정을 강력히 희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은 즉각 조의를 표하면서 한반도의 안정을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도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권력 교체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표명했다. 특히 18일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과 대북 식량지원 재개에 관한 북미회담 성과를 논평하며 나흘 후 개최될 베이징 회담에서의 타결소식을 미리 예고한 바 있다. 이 상황은 한반도의 해빙과 6자회담 재개를 점치게 할 만큼 획기적인 것이었다.
북한 내부 정국의 안정과 주변국들의 희망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환경이 급격히 요동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에 관해서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사망과 맞물려 어려운 상황이 증폭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식량부족 문제는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10월 북한의 작니을 현지에서 조사한 국제기구(FAO·WFP) 실사단은 11월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식량부족 문제가 심화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가능해진다. 올해 벼와 옥수수 등 주·작목의 수확은 종료되었으며 비교적 좋은 작황을 보이고 있다. 내년 전반기에 생산될 봄작물을 더하면 2011·12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약 466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작년에 비해 8.5%가량 증가한 것이다. 7월과 8월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에 큰 홍수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황이 좋아진 것은 비료와 에너지의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석되고 있다.
북한의 연간 곡물 소요량은 540만t으로 추정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74만t의 곡물을 도입해야 한다. 올해 도입요구량이 108만t에 달했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내년의 식량사정은 부족한 가운데 호전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국제기구 실사단에 향후 32만t 이상을 수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곡물 수입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부족한 식량은 41만여t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전망에 따르면 식량부족에 심한 영향을 받고 있는 취약계층의 수는 300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24만t의 대북 식량지원 약속이 포함된 북미회담이 다시 열리고 국제사회의 대북 유화조치와 지원이 뒤따른다면, 북한의 식량사정과 경제상황은 오히려 개선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누구보다도 북한이다.
북한은 절대 권력자의 사망이라는 엄혹한 상황에서 주변 국가에 우려를 끼치지 않고 신뢰를 심어 줄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안정은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