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량이 31년 만에 최저라는 발표가 있은 10일 세계적 식량·환경문제 석학인 미국의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이 한국을 찾았다. 브라운 소장은 다음날 서울 이화여고 강당에서 가진 특별강연에서 “세계 식량위기는 인류의 미래 위협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면서 “식량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인류 문명은 대붕괴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초 자신의 저서 <벼랑 끝에 선 지구(World On The Edge)>를 통해 “21세기에 들어서 세계 식량생산은 정체되고 있는 반면 세계 인구는 한해 8,000만명씩 늘어나고 있다”면서 “매일 아침 빈 접시를 들고 식탁으로 몰려드는 새로운 22만명을 누가 먹여 살릴 것인가”라며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설파했다. 지구온난화에 기인한 이상고온은 지난해 러시아의 밀 생산량을 40%나 격감시키는 등 세계 주요 밀과 옥수수 곡창지대를 위협하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가 곡물수출을 금지하고,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국제곡물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소장의 경고에 비춰 본 우리의 식량안보는 어떤가. 매년 필요한 곡물의 75%를 국제곡물시장에 의존하면서도 주곡인 쌀 생산량을 줄이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양정당국은 국민의 소비 감소로 인한 쌀 과잉을 고민하는 모양이지만, 이를 뒤집으면 인구가 줄지 않는 한 그만큼 밀가루와 사료곡물·육류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된다. 만에 하나라도 연간 쌀 소비량의 절반(연간 200만t)에 달하는 수입 밀가루가 국제곡물시장을 통한 조달이 불가능할 경우 과연 우리 쌀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올해만 해도 국민의 쌀 소비가 지난해보다 감소한다는 가정 하에 햅쌀 여유분은 겨우 20만t 안팎이다. 그저 한해 쌀값의 무탈에만 목을 맨 양정당국이 브라운 소장의 경고를 흘려듣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