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자급률 역대 최저…식생활 서구화로 쌀밥 ‘찬밥’ 신세 
농경연 발표 ‘2018 식품수급표’ 분석해보니 한국인의 밥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밥상 위 10가지 음식 가운데 6∼7개는 외국산 식재료로 차려진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쌀밥은 그야말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자주 회자되는 ‘식량자급’ ‘로컬푸드’의 중요성이 무색해지는 형국이다. 1970년 칼로리 자급률 79.5% 2018년 35.1%로 크게 떨어져 외국산 먹거리 식탁 잠식 원인 지난해 1인당 쌀 소비 59.2㎏ 49년 만에 절반 넘게 감소 육류소비량 10배 이상 증가 외국산 과일 공세도 지속 배·단감 하루 공급량 급감
◆칼로리 자급률 최저치 또 갱신=우리 국민이 국산 농산물을 얼마나 먹는지는 ‘칼로리 자급률’을 통해 알 수 있다. 칼로리 자급률은 곡물·육류·채소·과일 등 국민의 식품 섭취량을 칼로리(㎉)로 환산했을 때 국산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선진국은 식량 자급률이나 곡물 자급률보다 먹거리 전체를 포함하는 칼로리 자급률을 주로 사용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18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칼로리 자급률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1970년 79.5%에 육박했던 수치는 2000년대 들어 50% 아래로 떨어지다 2018년 35.1%로 역대 최저점을 찍었다. 반세기 동안 외국산 먹거리가 식탁의 3분의 2를 야금야금 잠식한 것이다.
최근 20년간(1998∼2018년) 주요 식품별 자급률을 봐도 국산 농산물의 자리는 위태위태하다. 곡물 자급률은 32.7%에서 21.9%로 떨어졌다. 특히 과거 100% 언저리를 오가던 쌀 자급률은 104.5%에서 82.5%로 주저앉았다. 채소류(97.8%→87.2%), 과일류(94.3%→75.4%), 육류(96.4%→75.2%)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89%에 달했던 우유 자급률은 49.8%로 곤두박질쳤다.
자급률 하락은 이상기후로 인한 흉작이나 가축전염병 등 생산 여건의 영향을 받는다. 2010년말 구제역으로 대규모 살처분을 진행하면서 돼지고기 자급률이 2010년 81%에서 이듬해 61.4%로 뚝 떨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지만 가장 큰 요인은 따로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한 농축산물 수입 개방이다. 1998∼2018년 쌀 수입량은 7만5000t에서 39만8000t으로 5배 넘게 늘었다. 채소·과일류와 육류 수입량 역시 5∼6배 증가했다. 특히 우유류는 28만4000t에서 223만2000t으로 8배나 많은 양의 값싼 외국산이 국내로 흘러들어왔다.
문제는 당분간 칼로리 자급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한번 열린 농축산물 수입 개방문은 점점 더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15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협상이 타결되면서 국산 과일·축산가공품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거기에다 일상화된 이상기후로 국산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쌀의 전락…서구화 식생활 활개=외국산 농산물이 밥상을 잠식하는 동안 서양식 식문화는 우리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오랫동안 주식 자리를 선점했던 쌀이다. 1970년 우리 국민은 하루 공급 열량의 49.2%를 쌀밥에서 얻었다. 그러나 2018년 그 수치는 22.7%로 반토막 났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역시 1970년 136.4㎏에서 지난해 59.2㎏으로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이쯤 되면 쌀이 주식 자리에서 밀려나 반찬 처지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은 밥심’이란 말이 옛날보다 덜 회자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쌀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동안 서구화 추세를 반영한 다른 먹거리가 밥상을 채우고 있다. 특히 육류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1970년 5.2㎏에서 지난해 54.6㎏으로 10배 넘게 뛰었다. 육류가 우리 국민의 하루 공급 열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70년 2.3%에서 9.6%로 4배 이상 높아졌다.
건강을 고려한 ‘웰빙’ 바람을 타고 몇몇 농산물 공급량은 상승세를 탔다.
최근 15년간(2003∼2018년) 추이를 살펴보면 샐러드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양배추(11.9g→14.7g), 옥수수(72.7g→76.6g), 견과류(3.15g→4.65g) 등의 1인당 하루 공급량이 늘어났다. 서양식 식단인 샐러드는 여성용 다이어트 식품에서 일상식 자리를 꿰차면서 전 연령대의 수요가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 1∼10월 샐러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했다. 반면 우리 고유의 반찬 식재료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15년간 무(58.2g→42.3g), 파(21.6g→17.8g), 마늘 (17.6g→15.1g), 시금치(4.3g→3g) 등의 1인당 하루 공급량이 하락세를 띠었다.
수입 과일 공세가 끊이지 않으면서 과일류 공급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03∼2018년 우리나라 대표 과일인 배(12.7g→6.7g), 단감(6.5g→3.9g), 귤(26.1g→24.1g)의 1인당 하루 공급량은 줄어들었다. 반면 자몽은 0.07g에서 0.7g으로 10배, 파인애플은 1g에서 1.9g으로 2배가량의 성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식생활 패턴 속에서 국산 농산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두봉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 농가가 벼농사를 짓는 데다 논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가 막대한 만큼 쌀이 소외돼선 안된다”며 “쌀의 활용도를 다각화하고 쌀을 중심으로 한 식생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산 과일의 우수성을 알리고, 유통마진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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