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생산량 52년 만에 최저치…정부 대책과 과제는
수확기에 방출 부담 크지만 소비자 비난 목소리도 고민
농식품부 “수급 관리 만전” 시장 개입 신중 필요 지적도
밥쌀용 재고 많지 않아 쌀 감산 정책 흔들릴 수도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 내년도 예산 확보 빨간불
올해는 쌀 생산량이 새 역사를 쓴 해로 남게 됐다. 350만7000t으로 최종 집계되면서 1968년 이후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서다. 쌀 수요량(367만t)을 16만3000t이나 밑도는 것으로, 햅쌀만 놓고 보면 수급 균형 범위를 넘어섰다. 유례없는 쌀 부족 시대를 경험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정부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1968년 이후 최저치=통계청이 12일 내놓은 ‘2020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는 산지 예측에 어느 정도 부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달 전 통계청은 9·15 작황 조사를 기준으로 쌀 예상생산량을 363만1000t으로 내다봤다. 지난해(374만4000t)보다 3% 적을 것이라는 전망에 산지에선 의구심과 회의론이 터져 나왔다. 체감 감소폭이 3%는커녕 보통 10∼15%, 최대 30%에 이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거셌다.
정부 예상과 산지 예측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산지 벼 매입 현장은 혼돈에 빠졌다. 농민들은 출하를 미뤘고 매입 호가는 치솟았다. 산지 유통업체들은 벼를 매입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결국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6.4% 줄어든 것으로 최종 발표됐지만 수십년 만에 맞닥뜨린 쌀 공급 부족 현실에 정부와 산지 모두 당혹해하고 있다.
◆수확기인데 정부양곡 방출 현실화하나=농림축산식품부는 겉으론 신중한 분위기다. 산지 쌀값이 치솟고는 있지만 생산량 감소를 고려하면 일정 수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밑에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양곡을 언제, 어느 규모로 방출할지를 놓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2일 통계청이 쌀 생산량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농식품부는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가수요 등으로 인해 수급불안이 확대되거나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양곡을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2020년산 쌀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정부양곡의 시장방출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문제는 지금 시기가 한창 수확기라는 점이다. 수확기에 정부양곡을 푸는 건 농심에 역행하는 일이어서 농식품부로서는 큰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쌀값이 너무 비싸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관건은 소비 저항 여부다. 농식품부는 앞서 2018년 정부양곡 5만t을 수확기로는 처음 방출한 바 있다. 농심을 거스른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단기간 값이 너무 올랐다는 소비자 비난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농식품부가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한 것은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달 들면서 일부 언론들이 ‘올해 쌀 생산량 52년 만에 최소 쌀값 31% 껑충’ ‘한가마니 22만원…35% 급등한 쌀값, 무슨 일이?’ 등의 기사를 속속 내보내고 있다.
신영균 경기 파주 탄현농협 조합장은 “벼 매입을 마무리한 파주시통합미곡종합처리장은 지난해 2만4000t을 매입했지만 올해는 30% 감소한 1만7000t을 겨우 확보했다”면서 “쌀 20㎏들이 한포대 산지가격을 7만원으로 보고 국민 1인당 소비량을 적용하면 하루 쌀 소비에 쓰는 비용이 575원, 한끼니에 191원인 만큼 결코 높은 게 아닌데 쌀값이 비싸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신 조합장은 “정부는 시장 개입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쌀 감산 정책 수술대에 오르나=농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산 쌀 수요량은 367만t으로 추정된다. 이중 밥쌀용 291만t, 가공용 28만t, 비축용 등 기타 용도가 48만t이다. 농식품부는 2020년산 쌀은 줄었지만 정부양곡이 95만t으로 충분해 시중 부족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마저도 만만치는 않은 게 현실이다. 9월 기준 정부가 보유한 재고쌀은 국산 49만t, 외국산이 46만t이다. 외국산 쌀을 밥쌀용으로 푸는 건 국민 정서상 용납하기 힘들다. 따라서 밥쌀용 쌀은 국산 재고로 충당해야 하는데 국산 쌀 49만t 가운데 2019년산은 24만t, 2018년산은 13만t에 불과하다. 이것 역시 전부 풀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2018년부터 해외 원조용으로 연간 5만t을 지원하고 있다.
쌀 수급 전망이 혼돈에 빠지면서 정부의 쌀 감산 정책도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당장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의 내년도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쌀이 모자라는데 논에다 콩 같은 밭작물을 심겠다는 논리가 예산당국에 먹히지 않을 수 있어서다. 쌀 생산조정제는 논에서 밭으로 농지 형질을 완전히 바꾸는 것인 만큼 참여농민에겐 소득 감소 등 사활이 걸려 있다. 또 매년 쌀 소비 감소세를 고려하면 1만∼2만㏊의 논은 꾸준히 밭으로 전환해나가야 한다는 게 농업계의 일관된 견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생산조정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올해 쌀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추진동력을 잃을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