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크지만 오히려 기회란 주장도 식량안보·농업정책 강화 계기되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의 일상을 두달 넘게 지배하고 있다. 실직이 증가하고 자영업자의 수입이 줄어드는 등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농가 피해도 나날이 늘고 있다.
화훼농가가 졸업·입학식 등 각종 행사 취소로 1차 타격을 받았다. 개학이 4월로 연기되면서 학교급식 납품 일정에 맞춰 채소·과일을 계약재배한 농가도 피해를 봤다. 저장성이 낮은 채소는 납품 시기를 놓쳐 전량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학교급식 식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친환경농산물과 달걀·우유 등 축산물도 직격탄을 맞았다. 학교급식이 재개되더라도 달걀·우유를 한끼에 2개씩 올릴 순 없는 노릇이다. 농촌 체험·관광 예약을 취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6차산업도 거의 실종됐다. 음식점의 손님이 크게 준 탓에 외식업계 식재료 공급 물량 역시 급감했다.
농식품 수출·물류·마케팅도 크게 위축됐다. 농업현장의 애로가 한둘이 아니다. 본격적인 영농철인 4월을 맞았지만 농가들은 일손부족을 겪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한 계절근로자의 입국이 보류되고 있어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불안정한 영농 인력수급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국은 딸기 수확철인 5월 외국인 근로자의 계절적 이동이 급감해 심각한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과 식품분야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만큼 일할 사람이 자가격리되거나 외식업체가 문을 닫으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코로나19가 낙농 제품의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이크 후텐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동물과학과 명예교수는 “유례없는 학교·기업 폐쇄, 이동제한, 방역은 낙농에 나쁜 징조”라며 “소비자의 식품 구입 리스트에서 유제품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가 오히려 농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람이 감염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축에게 전염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니엘 섬너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캘리포니아 농업 투데이>에 기고한 칼럼에서 “농업과 다른 산업의 경제는 동반성이 낮다. 지난해처럼 (미국) 농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경제는 붐을 맞았다. 반대로 다른 경제는 나쁘지만 농업경제는 좋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소득이 줄더라도 농산물 등 식품 구입에 지갑을 열 수밖에 없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져 식품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가 프리미엄급 농식품의 매출 감소를 부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컨대 소득이 감소해도 여전히 와인을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고급 식당 대신 집에서 일반 와인을 즐길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외식업체나 식품서비스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고급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19는 ‘검은 백조(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처럼 찾아왔다. 이 감염병이 두려운 점은 언제까지 지속할 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대응 모델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농산물 등 식품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돼지 등 동물도 이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그동안 홀대받았던 우리나라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경종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농업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에 대해 더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농민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 지원 방안도 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박태균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