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논 이모작 확산을 바라며  모내기 6월로 늦춰 이모작 늘리면 농가소득·농지 효율성 향상 도움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보릿고개’ ‘춘궁기’란 말이 있을 정도로 식량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선조들은 먹거리 때문에 고생하는 아픈 역사를 겪어왔다. 그러던 중 1960년대 고(故) 허문회 서울대학교 교수가 국제미작연구소(IRRI)에서 근무하는 동안 <통일벼> 연구를 시작했다.
동남아시아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던 인디카 품종은 질병과 해충에 강하고 생산성이 높다. 한국·일본 같은 온대지방에서 많이 재배하던 자포니카 품종은 저온에 강하고 우리 입맛에 맞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의 벼 육종학자들은 인디카와 자포니카를 교잡하는 연구를 오랫동안 했지만, 두 품종의 교잡 때 불임이 되는 종자가 많아 품종 개량에 실패했다. 반면 허 교수는 인디카와 자포니카를 교잡했을 때 불임이 되지 않는 종자를 선발해 다시 인디카와 교배하는 ‘원연종간 삼원교잡방법’으로 <통일벼>를 탄생시켰다.
< 통일벼> 육성으로 당시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던 자포니카보다 약 30%나 많은 양의 쌀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1972년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보급되기 시작한 <통일벼>는 1976년 521만5000t의 수확량을 기록했다. 이 덕분에 한국은 지긋지긋한 보릿고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됐다.
그렇지만 <통일벼>를 통해 쌀의 자급자족이 가능해진 반면 국내 쌀 소비량은 점차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이 자포니카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통일벼>를 외면하면서 정부는 1992년 <통일벼> 수매를 중단했다. 이로써 50원짜리 동전 뒷면에 새겨졌던 <통일벼>는 사라지게 됐다.
< 통일벼>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논의 작부체계에 대한 고정관념은 완전히 바뀌었다. <통일벼>가 나오기 전엔 대부분의 지역에서 6월 하순에 벼를 심었다. 생육기간이 긴 <통일벼>가 나오면서 벼 심는 시기가 5월 중·하순으로 앞당겨졌다. 이로 인해 일년 열두달 중 5개월만 논을 사용해 벼를 수확하는 비효율적인 작부체계가 계속됐고,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는 이모작이 거의 사라졌다.
이제는 <통일벼>를 심지 않는 만큼 모내기를 6월 중·하순에 한다면 한해 전 10월말이나 11월초 논 전역에 밀·보리를 심고 이듬해 6월 중순에 수확할 수 있다. 이런 이모작 작부체계를 통해 농지를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도 소 사육농가는 국내산 조사료가 부족해 많은 비용을 들여 외국산 조사료를 수입한다. 국내에서 충분한 조사료 생산이 가능하다면 귀중한 외화를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줄어드는 농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물론 농가에 이모작을 강제할 순 없다. 그러나 직불제를 활용하고 이모작으로 생산한 조사료를 인근의 축산농가들이 사용하면서 값을 치르는 방법을 실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통일벼>를 재배하려고 한달이나 앞당겼던 모내기를 6월로 다시 늦출 수만 있다면 벼농사 중심의 작부체계가 축산농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사료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나 농촌진흥청이 이와 관련된 정책을 적극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3~4월에도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논 풍경을 활용해 농촌 관광상품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전국적으로 밀·보리·유채 등을 심어 농촌 관광상품을 개발한 지방자치단체나 영농조합법인이 많은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논 이모작의 확산을 위해 중앙·지방 정부가 더 적극적인 노력을 쏟길 기대한다.
김유용 (서울대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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