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전염병 퍼지자 시장·정보 통제
개혁·개방·국제협력으로 해결해야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세계가 떠들썩하다. 지금까지 30여개국에서 감염환자가 발생했다. 마치 개별 국가의 방역체계를 평가라도 하듯 매일 확진자수와 의심환자수가 경신되고 있다. 국가적 위기를 넘어 세계적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는 지난해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중국의 중앙정부 당국자가 초기에 정보공개를 미룬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초기에 코로나19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됐더라면 좀더 일찍 확산을 막았을 텐데 감염환자 발생 사실을 숨김으로써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전염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으려면 개인위생 및 국가 방역 체계를 확립해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을 보장해 투명하고 정직한 사회를 만들어야 국가적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곧바로 북중 국경을 차단하고 중국과의 모든 교류를 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통행과 통관 심사가 강화되면서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오는 상품의 유입이 감소했고, 그 결과 시장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평양의 쌀값은 1㎏당 북한 돈 400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1월말 4500원을 넘어서더니 2월초가 되면서 5500원으로 훌쩍 뛰었다. 지방 시장은 더 큰 영향을 받아 현재 양강도 혜산시의 쌀값은 6500원을 넘어서고 있다. 유류가격 역시 연초보다 60% 이상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물가에 손을 쓰지 않았던 북한 당국이 주요 생필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시장가격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과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시장통제를 경험했던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조치에 크게 반발하면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시장의 상품거래와 가격통제를 몇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시장은 참여자인 상인과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 상품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면서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되는 곳이다. 따라서 당국의 개입과 통제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엔 시장원리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투명한 정보의 소통은 건전한 시장을 형성하는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당국이 통제를 통해 건전한 시장의 흐름을 막는 조치는 정보 소통을 저해하는 것과 같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사람에게 발생하는 전염병이든 가축에게 발생하는 질병이든 국가 차원에서 구축한 위생·방역 체계를 통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정보의 통제로 문제가 커지는 것을 차단하려 한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북한 당국은 연일 <노동신문>을 통해 과학화를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적 위기를 당국의 개입과 정보 통제라는 비과학적인 수단을 활용하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 북한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주민들의 고통은 개혁과 개방, 국제사회와의 협력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자력갱생이라는 선전과 선동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려 한다면 진정한 해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투명한 사회만이 집단지성을 통해 공동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태진 (GS&J 시니어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