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링링’을 비롯해 모두 7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쳤다.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식량작물은 이로 인해 올해 생산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도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6.7%에 불과하다. 게다가 경지면적은 해마다 줄고 있다. 1970년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은 전체 국토의 23.3% 수준이었으나 2016년엔 16.4%로 감소했다. 국민 1인당 경지면적도 0.04㏊로 세계 평균(0.24ha)에 비하면 많이 협소하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2015~2017년 평균)은 23%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답리작(논에 벼를 재배한 다음 겨울작물을 재배하는 방식) 체계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당시 전국의 농업지대를 ‘기호’ ‘산악’ ‘호서’ ‘영남’ ‘호남’ ‘남해’ 등 6개 지대로 나누고 지역실정에 맞는 작부체계를 수립하는 연구가 수행됐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농촌노동력 감소 등에 따라 작부체계에 대한 연구는 크게 관심을 못 받았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생산성 감소와 식량안보 등을 고려할 때 작부체계의 개선·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작부체계에 따라 작물을 시·공간에 맞춰 입체적으로 배치하면 태양에너지 이용률을 높이고 토양의 양·수분 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양개량은 물론 잡초·병해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장점도 있다.
작부체계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몇가지 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권역별(기후지대별) 경지 이용현황과 권역별로 활용되는 논밭의 다양한 작목 등을 조사하고 이에 따른 작물생산성을 분석해야 한다. 지금까지 작부체계 관련 연구는 논 중심이었다. 그러다보니 기후변화·자연환경·지역경제 등에 대응한 권역별 밭작물 작부모형 연구는 부족했다.
둘째, 그동안 벼 재배에 맞춰 구분돼 있던 농업기후지대 세부권역을 작부체계 중심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600~1800㎜로 편차가 크고, 무상기간(無霜期間·1년 중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도 위도에 따라 220일가량 차이가 난다. 따라서 기온·강수량·일조시간·무상기간 등의 최근 기상자료와 작물의 생산성·경지이용률을 토대로 농경지를 세부권역으로 나눠야 한다.
셋째, 위와 같이 세부권역을 재설정한 다음엔 지역별로 논밭을 구분해 단작·간작·2기작·2모작·2년3작 등의 작부모형을 설정해볼 수 있다.
넷째, 각 세부권역별로 생산성이 높고 지속가능한 작목을 선정한 다음 단지화를 통한 재배면적 확산을 도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작부체계에 적합한 품종 육성이 뒤따라야 한다. 일례로 답전윤환(벼와 밭작물을 돌려짓는 재배법)의 확산을 위해선 습해에 강한 밭작물 품종 육성이 필요하다. 간작(사이짓기)을 할 때 작물을 입체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초형을 개량하는 연구도 요구된다.
윤성탁 (단국대 식량생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