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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헌법 121조 경자유전 원칙, 어디로 갔나 - 농민신문
[ 2019-11-22 16:22:39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7681        
링크 #1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ECO/317223/view , Hit: 9188

[경제산책] 헌법 121조 경자유전 원칙, 어디로 갔나

재산증식 욕망 따른 투기 ‘횡행’ 농지 50% 소유자·경작자 달라

농가인구 급감·농촌 고령화로 곡물자급률 뚝…식량주권 위기

농사짓는 이가 농지 소유 바람직 경자유전·소작금지 원칙 지켜야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는 이렇게 말한다.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경자유전이란 무엇인가? 농사를 짓는 이가 농지를 소유한다는 원칙이다. 소작(小作)이란 무엇인가? 토지 소유자가 다른 사람에게 토지를 빌려주는 대가로 지대(地代)를 받는 제도다. 경자유전 원칙이 부재지주나 토지 투기를 방지하는 것이라면, 소작금지 원칙은 중세 봉건제적 수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헌법 취지에 따르면 농지는 농민이나 농사짓는 사람이 소유해야 마땅하며, 국가는 이를 위해 정책적·제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또 중세식의 대지주와 농노, 지주와 소작인은 없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현재 우리나라 농지 중 50% 정도는 소유자와 경작자가 다르다. 특히 누구보다도 법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 중에도 약 3분의 1이 본인이나 가족·친지들의 이름을 빌려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농사를 지을 시간도, 마음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농지를 소유하는 것은 재산증식을 향한 욕망 때문이다. 한마디로 투기를 위한 것이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재벌기업 임원, 공무원·의사·약사·목사·변호사·판검사·교수 등 비교적 많은 기득권을 누리는 이들이 씨앗을 언제 뿌리는지도 모르면서 전체 농지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위헌적’인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따지고 보면 해방 이후 어떤 정부 아래서건 농업·농민은 천시돼왔다. 그것은 재벌 중심의 수출산업화 전략의 소산이었다. 산업화 전인 1960년대만 해도 농가 인구가 전체 인구의 60% 정도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4% 미만으로 급감한 상태다. 1990년대에 800만명 정도였던 농민은 20~30년이 흐른 지금 200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60대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곡물자급률이 20% 정도에 불과한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이 땀과 눈물의 보람을 찾지 못하고, 그리하여 우리의 ‘식량주권’ 역시 위기에 빠져 있으니 이 ‘위험한’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이야기는 결코 상상이 아니다. 최근 일부 산업의 특정부품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기업들이 입은 타격을 기억해보라. 만일 우리가 수입하는 80%의 곡물이 미국이나 중국에 의해 수출규제를 받게 된다면, 우리는 1인당 평균 3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손에 쥐고도 굶주림의 고통을 당해야 할지 모른다. 2011년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터졌던 식량대란과 대규모 폭동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 지금부터라도 나라 경영을 제대로 하면 된다. 첫째, 헌법에 나온 경자유전 원칙과 소작금지 원칙을 철저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를 위해서라도 토지 투기를 통한 재산증식을 엄금해야 한다. 물가상승의 바탕에는 부동산가격 상승과 임대료 상승이 깔려 있다.

셋째, 농업은 공업과 달리 시장논리에 맡겨선 안된다. 즉 농업·농민 살리기를 교육이나 복지와 같은 공공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우선순위를 줘야 한다. 넷째, 농민수당·농민기본소득·유기농공무원제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청년들이 농촌과 도시를 오가며 새 삶의 기회를 찾게 해야 한다. 다섯째,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방비, 미군 주둔비, 불요불급한 공적투자 등을 아껴야 한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에 토지 투기를 일삼는 자들은 헌법을 위반한 자들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삼천리 투기강산으로, 삼천리 난개발로 황폐화하고 있다. 토지 투기꾼들, 난개발업자들, 자연 파괴자들은 알고 보면 돈과 정보,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자들이다. 바로 이들이 우리와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파괴한다.

따라서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을 통해 이들부터 철저히 단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봉건 조선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조차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가 소유로 만든 다음 인구 비례에 따라 재분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요컨대 헌법 제121조 1항만 제대로 지켜도 농민이 살고 나라가 산다는 이야기다.


강수돌은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독일 브레멘대학교 경영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현 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 ▲저서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영화관에 간 경영학자> <중독의 시대>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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