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약·화학비료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으로 자연까지 살려야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이란 용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와 생산을 ‘하면 좋은 것’으로 여겼다면 앞으론 이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필환경이다. 필환경은 지구촌의 안녕뿐 아니라 우리 각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신개념이다.
농업은 산업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환경을 소비·파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을 살리는 산업이다. 다른 산업의 친환경·필환경이 환경파괴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노력이라면 환경회복 기능까지 갖고 있는 것이 농업이다.
다른 한편으론 농산물 생산활동이 자연환경 파괴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있다. 농지면적을 넓히기 위해 산림 등 자연을 훼손하거나 가축 사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온실가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료와 농약의 오남용, 폐비닐의 부적절한 처리, 난방으로 인한 탄소배출 등도 환경에 부담을 준다.
농업이 일부 환경호르몬의 노출원이 될 수도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농약이다. 특히 염소가 포함돼 환경과 체내에 오래 잔류하는 유기염소계 농약이 환경호르몬이다. 수많은 환경호르몬 가운데 처음 주목을 받은 것도 토양살충제(DDT)란 유기염소계 농약이다. DDT는 2017년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 당시 국내 축산농장에서 검출돼 우려를 샀던 바로 그 농약이다. 미국의 작가 레이첼 카슨은 1962년 출간한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서 DDT의 유해성을 집중 거론했다. 그 후 대부분 국가에서 DDT를 농약으로 사용하는 것을 불허했고, 우리나라도 1976년 생산을 금지했다. 유기염소계 농약은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에 쌓이고 있다. 현재도 음식을 통해 유기염소계 농약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필환경을 위해선 무엇보다 농약·화학비료의 사용을 금하는 친환경농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올해부터 환경이나 농산물에 농약이 잔류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전면 시행되고 있다. 허용된 농약 이외의 사용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농약 사용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이 제도의 요체다. 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은 유통도, 수입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폐비닐 등을 함부로 태우는 것도 금물이다. 일부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에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환경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개인·기업·정부 모두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턴 카페 안에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후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강화됐다. 음료·패션·뷰티·유통 관련 기업도 반(反)환경호르몬, 친환경 대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환경친화적 소비에 관심이 많고, 친환경소재로 만든 제품을 선호한다. 이러한 필환경 시대엔 유기농 등 친환경농산물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모포비아(화학과 공포증의 합성어·Chemophobia)나 노케미(거부와 화학물질의 합성어·No-chemi) 등의 신조어는 화학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대변한다. 케모포비아 시대를 맞아 농민들에게 필요한 행동수칙은 농약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는 본인 건강에도 이롭다. 소비자는 잔류농약 섭취를 줄이기 위해 농산물을 깨끗한 물로 잘 씻고, 고기를 먹을 때 환경호르몬인 벤조피렌이 들어 있을 수 있는 탄 부위는 제거하는 것이 좋다.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 환경엔 환경호르몬을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이 축적돼왔다. 따라서 환경호르몬을 100% 회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지구촌을 보호하려면 최소한의 농약 사용 등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 한다.
박태균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