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FAO·WFP 방문 실태조사 결과…136만t가량 부족 추정
북한 식량위기 극복에 일조한다면 남북 신뢰회복 가능성
올 60만t가량 공급 여력…국제기구 통한 지원 바람직
“식량지원은 인도적 문제이고, 배고픔은 원초적인 인권문제입니다. 대북 식량지원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17일 <농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식량사정이 최근 10년 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외부의 식량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대로 북한의 식량사정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은 올초 국제사회에 149만t의 식량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2005년말 식량지원을 더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14년 만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올 3월29일부터 2주일간 북한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북한은 외부로부터 약 136만t의 식량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원장은 “FAO와 WFP가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과대 추계했다는 일각의 의견을 반영하더라도, 필요량의 17%(약 100만t)가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등 최근 10년 내 최악”이라면서 “필요한 식량의 20% 정도가 부족한 상황은 북한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식량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도 시급한 문제지만, 앞으로 남북간 대화를 촉진할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북 식량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식량지원을 통해 우리나라가 북핵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다시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긴요하다”면서 “북한이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남북 사이에 신뢰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관건은 식량지원의 규모와 방법이다. 권 원장은 올해 지원 가능한 물량을 60만t으로 추산했다. 그는 “4월말 기준 정부의 쌀 재고량은 122만t”이라면서 “이 가운데 공공비축용 등을 제외하면 10월말까지 지원할 수 있는 물량은 44만t 정도 되며, 여기에 수입 쌀 16만t을 추가로 지원할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작황이 평년 수준을 유지한다면 내년 상반기까지도 비슷한 양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게 권 원장의 판단이다.
지원방법으로는 일단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을 제시했다. 분배의 투명성 논란 때문이다. 권 원장은 “WFP는 북한 항구에 물품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수혜자에게 식량을 전달하기까지 모니터링과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국제기구를 통한다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군량미로 전용될 것’이라는 국내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했다.
권 원장은 장기적으로는 직접지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입장에서 지원한 쌀의 분배경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보니 분배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당국으로부터 전달경로와 분배 결과를 전달받고 일부 현장을 답사하는 등 적절한 해법을 마련한다면 직접지원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강조했다. 권 원장은 “배고픔을 해결하는 지원은 북한 주민이 남한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해 앞으로 남북협력이 본격화됐을 때 매우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며 “식량지원은 남북협력의 효과를 높여 결국 통일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점을 많은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