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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목표는 
농정당국 장기 관점에서 정책 설계 관련 부처는 국익 최우선으로 해야 요즘 우리나라 농업정책을 보면 장기적인 목표 없이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수습하는 일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곡물자급률문제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우리 곡물자급률이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우려하며 식량안보를 강화하고자 노력해왔다.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곡물자급률을 높이고자 일본의 농업정책을 본떠 식량자주율(국내 생산분에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조달 가능한 물량을 합한 비율)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며 해외 농업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창한 목표만 내걸었을 뿐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게 현실이다.
농산물 수급안정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름만 되면 고랭지채소의 과잉생산문제가 불거지고, 보조금을 통해 밭에서 농작물을 갈아엎는 일을 흔히 마주하게 된다. 반면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뛰면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급히 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 농가들의 수익창출 기회를 아예 없애버리는 일도 다반사다. 생산이 모자라면 국민 식생활에서 조금 줄이도록 홍보하고, 사전에 재배면적을 조절해 과잉생산을 막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혹 풍작으로 특정 농작물이 과잉생산되면 소비촉진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 일이다.
일부 언론도 자극적인 내용만 뽑아서 보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최근 삼겹살가격이 30% 올랐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근거를 찾아봤더니 2002년 이래 돼지고기 가격이 가장 낮았던 2018년 12월을 기준으로 30%나 올랐다고 호들갑을 떤 것이었다.
축산정책도 장기적인 관점의 대책을 찾기 어렵다. 가축전염병문제를 살펴보자. 구제역(FMD)·조류인플루엔자(AI)·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제1종 법정전염병은 정부 차원에서 책임지고 관리하게 돼 있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후 불과 9개월 만에 중국 전역으로 퍼져 전체 돼지 사육마릿수의 약 25%에 이르는 1억마리가 설처분됐다. ASF는 백신도 치료약도 없고 걸리면 100% 폐사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ASF는 베트남·캄보디아를 넘어 북한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금은 ASF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양돈 선진국이 모여 있는 유럽에선 벨기에의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되자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방역을 펼쳤다. 그 결과 ASF가 벨기에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데 그치는 성과를 거뒀다.
2011년 국내 구제역 사태 때 330만마리 이상의 가축을 살처분했다. 이런 트라우마가 있는 축산농가나 생산자단체는 정부에 적극적인 방역대책을 촉구해왔다. 북한까지 전파된 ASF를 막고자 비무장지대(DMZ) 부근의 야생멧돼지 사살을 허용하고, 잔반 급여를 법적으로 금지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해왔다. 하지만 환경부는 ‘야생멧돼지는 환경보호를 위해 살처분할 수 없다’거나 ‘잔반 급여는 국내에서 남은 음식물의 10~15%를 처리하는 편한 방법’이라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해 군사분계선 남쪽 밑으로 넘어오는 멧돼지를 사살하도록 협조를 구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농업·농촌 관련 현안 상당수는 농림축산식품부라는 단일 부처에만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환경부·기획재정부 등 다양한 부처가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문제가 오히려 더 많다. 하지만 때때로 정부의 일 처리를 보면 농민과 국민보다는 각자 자기가 속한 부처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부처 이기주의’다. 이제는 우리나라 농업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농정당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업정책을 설계·수행하고, 관련 부처 역시 자신의 부처가 아닌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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