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량작물 수급관리 품목 확대 의미는
지난해 감자사례 같은 값 급등락 악순환 예방효과
그동안 농지 간척사업 등 식량자급률 향상 노력 없어
2017년 40%대로 추락 이번 관리 대상 확대로
자급률 제고에도 큰 도움
정부가 직접 수급관리를 하는 식량작물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반복되는 수급불안을 완화함으로써 농가들에게 안정적인 수취가격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정부 의도대로 수급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농가 조직화 및 계약재배 확대라는 쉽지 않은 선결과제가 남아 있다.
◆가격 급등락 구조개선 효과=2014년 한 제과업체의 감자칩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원료 감자의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농가들은 당연히 재배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2015년에는 감자값이 폭락해 감자를 산지폐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감자가 ‘금자’로까지 불렸다. 가격이 한때 13만원(20㎏ 수미 품종, 도매가격 기준)까지 올랐다. 이는 평년 대비 3배 가까이 높은 가격이다. 2015~2016년 감자가격이 좋지 않자 농가들이 재배를 줄인 데다 2017~2018년 연이은 작황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감자가격이 높게 형성되자 감자 재배가 다시 크게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감자 재배면적은 2356㏊로 평년보다 61.8%나 증가했다. 올해 시설봄감자 재배의향면적은 평년 대비 20.6% 늘어난 1721㏊, 노지봄감자는 4.2% 많은 1만5906㏊로 추정됐다. 실제 재배면적이 이렇게 늘어난다면 감자가격은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식량작물 수급관리 품목을 확대하는 이유는 감자사례 같은 가격 급등락의 악순환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그동안 감자가격이 널뛰기할 때 손쓸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감자의 경우 수입 가능 국가가 미국·호주로 제한된 데다 국영무역 방식이 아니어서 수입조차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농가 조직화가 미흡하다보니 산지폐기나 재고물량 방출 같은 조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반면 정부가 직접 수급관리를 하는 쌀은 얘기가 다르다. 2017년에 20년 전 수준으로 폭락했던 쌀값은 정부의 시장격리 같은 적극적인 수급정책으로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다.
◆식량자급률 제고에도 도움=정부는 쌀·보리·밀·콩·옥수수·서류 등 주요 식량작물에 대해 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해왔다. 하지만 목표만 정했을 뿐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급률을 떨어뜨리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 농지를 확보할 수 있는 간척사업 등은 거의 하지 않은 채 대체농지 지정제도 폐지, 농업진흥지역 해제 같은 정책만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갈수록 뒷걸음질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2018~2022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농발계획)’에 따르면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55.4%다. 기존 목표치 60%에 견줘 4.6%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이처럼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보이지 않으면서 2017년 식량자급률은 48.9%로 후퇴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식량자급률이 40%대를 기록한 해는 2011~2014년 단 4년뿐이었다. 그러다 2015년(50.2%)과 2016년(50.8%) 간신히 50%대로 올라섰으나 1년 만에 다시 40%대로 추락한 것이다.
식량작물 수급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면 식량자급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밀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에서 국산 밀 1만t을 수매비축한다고 밝혔다. 이런 정책 등을 통해 밀 자급률을 2017년 1.7%에서 2022년 9.9%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6만t을 수매비축할 예정인 콩의 경우 2017년 기준 22%인 자급률을 2022년 45.2%로 높이는 게 목표다.
김정주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정부의 수급관리 품목이 늘어날수록 식량자급률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밀의 경우 단순히 수매비축에 그치지 않고 수입 밀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식품업체에 국산 밀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