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엔 기온이 수시로 40℃를 넘나들었고 기습적인 폭우도 잦았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기후변화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산불로 80여명의 사망자와 500여명의 실종자가 발생했고, 이재민 2만7000명이 대피했다. 당시 계절풍 ‘산타아나’가 불길을 확산시키고 123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건조해진 산림이 재난을 키운 모양새다.
섭씨 1.5℃의 상승 제한을 지키려는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배출 90% 감축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연방기관들이 공동발간한 ‘기후변화보고서’는 기후변화가 2015년 이후 4500조원 이상의 물적 손해를 끼치고,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20~1930년대 미국 대공황 때의 GDP 손실이 4.3%인 점을 고려하면 기후변화의 위력은 상당하다. 특히 농업에 치명적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미국 중서부지역 옥수수 생산량이 약 25% 줄고 열로 인한 가축의 스트레스는 유제품 감소를 초래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여름 기온이 40℃, 한겨울 기온이 영하 40℃가 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80℃ 이상의 기온차가 생긴다. 생태계와 나무·토양에 큰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기작이 가능해질 수 있다. 바나나·커피·여주 등의 열대작물이 국내에서 재배된 건 꽤 오래전부터다. 2016년 4월 국제사회의 파리기후변화협정 서명식 이후 우리나라도 유엔(UN)에 비준서를 기탁했다. 기후변화에 모든 부처가 대응하고 있고 농업분야에서는 농촌진흥청이 ‘신기후체제의 농업분야 기후변화 대응 연구전략’을 마련했다.
정책은 ‘선언’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농진청의 4대 연구전략은 미래농업을 위한 기틀을 잘 놓은 것으로 보인다. ▲선제적인 생산성 변동 예측 강화 ▲기후 적응형 신농법 창출 ▲이상기상 피해방지 강화 ▲저탄소농업 실현은 실제 농업변화에 대비한 적절한 활동이다.
문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현장과의 정책소통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 생활에 직접적인 제약이 오지 않으면 새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국민에게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농업환경의 변화를 알려줘야 한다. 새로운 농업정책과 농업환경을 받아들이고 ‘식량자원’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계기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자리도 더 필요해 보인다. 과거와 다른 논농사·밭농사·과수재배 등이 펼쳐질 수 있음을 정책 차원에서 공유하고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의 농민들이 기후변화에 대비한 기술을 교육받고 활용 가능한 수준이 돼야 새로운 농업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다.
임재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