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곡물자급률 23.8% 불과 세계적 식량위기 경고 귀 기울여야
10월16일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정한 ‘세계식량의 날’이었다. 국제연합(UN·유엔)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식량에 대한 권리를 전세계 인류에게 보장하고, 인류를 기아와 영양결핍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1979년부터 FAO 창설일을 ‘세계식량의 날’로 정해 식량의 중요성을 호소해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1970년대 후반은 우리나라가 쌀 자급을 달성한 때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의 여파로 국민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야 했으며, 이에 정부는 1963년부터 유엔 산하의 식량원조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에 식량지원을 요청해 20년 가까이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를 받았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생산기반 확충과 다수확 품종 개발 등 식량증산정책을 추진하면서 식량자급을 달성했다. 그 결과 1984년 국제사회에 ‘제로 헝거(Zero Hunger·기아종식)’를 선언하며 식량원조 수혜국이라는 지위에서 졸업했다.
이렇게 식량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올해부터는 식량을 지원하는 공여국(供與國)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올 2월 식량원조국들의 상설협의체인 식량원조협약(FAC)에 1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해 국제사회의 식량원조사업에 동참한 것이다.
올 상반기 우리쌀 5만t을 예멘·에티오피아·케냐·우간다 등 4개 국가에 무상공여했고, 7월21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케냐 나이로비의 WFP 식량창고에서 우리쌀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개도국에 대한 식량 원조는 우리나라의 영광스러운 책임”이라는 소회를 담아 연설했다.
한편 지구촌의 식량난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국제기구들의 판단이다. FAO와 WFP 등 식량 관련 국제기구들은 9월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상태’ 공동보고서를 통해 2017년 기준으로 세계인구(약 76억명) 중 10%가 넘는 8억2100만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태이고, 이러한 기아인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경고에 대응해 WFP는 2015년 중장기 목표로 ‘제로 헝거’를 설정했고, 2030년까지 ‘기아 인구=0’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구촌의 기아종식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기구로서 WFP가 선봉에 서서 각국의 노력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제로 헝거는 2012년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발표한 ‘제로 헝거 챌린지(Zero Hunger Challenge)’ 캠페인에서 발전된 것으로, 우리 세대에 기아를 종식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벌써 30여년 전 기아종식을 선언한 우리나라는 지금 ‘식량난’이라는 용어조차 찾아보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1990년대에는 쌀의 생산과잉을 우려할 정도가 됐고, 여기에 쌀 소비감소와 쌀 시장개방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식량정책에서도 재고누적에 따른 처리비용을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2018~2022년산 쌀에 적용할 새로운 목표가격을 결정해야 하는 정부와 국회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현재 곡물자급률이 23.8%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농업계와 몇몇 지식인들만이 식량안보를 얘기할 정도로 식량문제에 무감각해진 국민의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식량의 날’을 맞아 식량위기를 경고하는 전세계적인 목소리에 우리 국민도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