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 인스티튜트 제안
식량지원 등 단편적 사업보다 북한에 종합계획 수립 지원을 민간부문 투자도 활성화해야
남북 농업협력 모델로 유럽연합(EU)의 ‘농업부문 통합전략 프로그램(SAPARD)’을 참고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업분야 민간연구기관인 GS&J 인스티튜트는 최근 내놓은 ‘경제공동체를 향한 북한 농업개발 지원모델’이란 보고서에서 “농업협력은 과거처럼 식량ㆍ자재 지원 같은 단편적 사업의 양적 확대보다는 북한 농업발전을 위한 종합적 개발협력이 돼야 한다”며 “EU가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ㆍ동부유럽 10개국을 회원국으로 가입시키고자 추진했던 SAPARD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U는 중ㆍ동부유럽 국가를 경제공동체의 일원으로 통합하기에 앞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폴란드ㆍ체코ㆍ슬로바키아ㆍ헝가리ㆍ라트비아ㆍ불가리아ㆍ루마니아ㆍ몰타ㆍ리투아니아ㆍ에스토니아 등 10개국과 기존 EU 회원국간 정치ㆍ경제적 격차를 최대한 좁히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농업분야에서 추진한 프로그램이 SAPARD다.
SAPARD는 EU 가입 신청을 한 중ㆍ동부유럽 10개국을 대상으로 농업ㆍ농촌 환경의 구조적 개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으로 ▲농업경영 개선을 위한 투자 ▲생산자조직 육성 ▲토양개량과 경지정리 ▲농업용수 관리 ▲직업교육 등 14개 분야 사업에 이르는 종합적인 프로그램이다.
사업에 들어가는 재정은 EU와 가입 신청국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사업 성격에 따라 완전히 공공재정으로 충당하는 투자와 민간자금이 포함돼 수익을 내는 투자로 나뉘는데, 전자는 EU가 최대 75%까지 재정을 지원하며 나머지는 가입 신청국이 부담한다.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에 대해서는 민간부문이 최소 50%를 투자해야 한다. EU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사후 평가도 철저하다. SAPARD에 들어간 EU 지원금은 ▲사전평가 ▲현장 모니터링 ▲중간평가 ▲사후평가 등 4단계의 평가를 거친다.
관계 전문가들은 “SAPARD를 통해 사회주의체제에 있던 중·동부유럽 국가들이 농업분야를 안정적으로 개혁ㆍ개방함으로써 경제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형성했다”고 평가한다. 남북을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묶는 게 남북 경제협력의 목표인 만큼 한반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마지막날인 13일 ‘싱가포르 렉처’에서 연설을 통해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경제공동체가 남북관계의 당면 목표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남북 농업협력이 재개된다면 북한 농업발전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SAPARD를 한반도 실정에 맞게 조정해 농업부문의 협력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