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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종자로 글로벌 종자시장에 도전하자 - 농민신문
[ 2018-05-03 16:16:43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11270        
링크 #1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RPT/289602/view , Hit: 10477

[농민포럼] 식량종자로 글로벌 종자시장에 도전하자


글로벌 자본이 점령한 세계종자시장 건강한 기업 육성으로 개척해나가야
 


다산 정약용의 문집 <이담속찬>에 ‘농부아사침궐종자(農夫餓死枕厥種子)’라는 속담이 나온다.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라는 뜻이다.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는 농부의 사명감과 농사에서 종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종자시장은 거대 자본들의 리그가 된 지 오래다. 370억달러 규모(2016년 기준)인 세계종자시장은 10대 대기업들이 70% 이상 점유하고 있다. 이들의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인해 이러한 시장 지배구조는 고착화할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션이라 일컫는 종자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종자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래서 기획된 국가 프로젝트가 바로 ‘골든시드프로젝트(GSP)’다. 금값보다 더 비싼 종자를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품종을 육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2013년 시작된 이후 어려운 여건에서도 채소종자 중심으로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고 수출도 점차 늘리고 있다.

식량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가 최근 들어 식량종자 수출이 시작됐다. 2017년 인도에 옥수수종자 17만달러어치, 베트남에 씨감자 30만달러어치를 수출한 것이다. 채소종자만으로는 글로벌 종자기업과의 규모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량종자시장으로의 진출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또 식량종자시장에 접근하려면 채소종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 자본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대규모 채종·저장·유통시설이 필요해서다. 영세한 국내 종자기업이 식량종자분야에 진출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GSP사업은 국내 종자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식량종자 관련 연구에 국가기관과 대학의 전문인력이 공동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다. 그동안 국가기관에서 독점하던 유전자원이나 기술적 노하우가 기업에 제공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그간 외면받아왔던 식량종자분야에 전문인력이 모여들어 후학을 양성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농산물시장 개방 열풍에 밀려 침체의 길을 걷고 있던 식량종자분야에서 옥수수·감자 종자를 수출하는 성과가 나옴에 따라 다소나마 활력을 띠고 있는 것이다. 수출액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더해지고 있어 전문인력 양성에 더 큰 기대를 걸게 된다.

종자시장의 자본 예속은 곧바로 농업의 예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먹거리 공급이 거대 자본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 종자기업이 주도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정녕 우리가 설 자리는 없을까? 삼성의 사례를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모토로라나 노키아 같은 거대기업이 주도하던 휴대전화시장에 처음 제품을 출시한 것은 1988년이다. 출발이 늦었음에도 30년이 지난 지금, 애플과 함께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같은 상황이 종자시장에서도 가능하리라 본다. 전자제품시장 못지않게 기술집약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게 종자산업이다. 성능이 뛰어난 종자를 개발한다면 언제든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기존의 거대기업을 제압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의미다. 2017년은 우리의 식량종자가 세계시장에 진출한 원년이다. 30년이 지난 후 국내 종자기업이 세계종자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가슴 벅찬 상황을 연출하길 기대해본다.


정진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GSP식량종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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