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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윤광원 기자]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6월중 세계식량지수(Food Price Index)가 234포인트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곡물공급이 현저히 부족해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 2008년의 200포인트에 비해 34포인트 높은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세계식량지수는 2009년 157포인트, 지난해는 185포인트에 머물렀으나, 올해 1월 231포인트로 급등한 후 2월 238, 3월 232, 4월 235, 5월 231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식량지수에서 가장 비중이 큰 곡물가격지수 역시 금년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세계곡물가격지수는 작년 12월 238포인트로 2008년과 같은 수치를 기록했고, 올 1월 245포인트, 2월 259포인트, 3월 251포인트, 4월 265포인트, 5월 261포인트, 6월에는 259포인트를 각각 기록했다.
6월의 곡물가격지수는 전년동월(151포인트) 대비 71%나 높은 것이다.
육류가격지수, 낙농류가격지수, 유지류가격지수, 설탕가격지수 등도 역대 최고다.
문제는 이런 식량가격 고공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조제 그라지아노 다 실바 FAO 사무총장은 “국제 곡물가격이 앞으로도 수년간 상승세를 계속하면서, 수입국들에게 여러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투기성 자본의 유입이 1차 농산품의 국제가격에 반영되고 있어, 곡물가 상승이 일시적 불균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세계 식량위기, 비관론 vs 낙관론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식량생산량 증가가 사료용 및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 신장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 때문에, 세계 식량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끼산 군잘 FAO 연구위원은 “향후 10년간 농업생산 증가율이 이전 10년간의 연평균 2.6%보다 낮은 1.7%에 그칠 전망인데,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는 2020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지난 10년간 세계 곡물생산 증가율은 21.3%로 소비증가율 22.2%를 밑돌고 있다.
인구증가, 중국 등 신흥국의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육류소비 확대, 미국 등 선진국이 곡물을 바이오에탄올 원료로 전용하고 있는 것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식량위기 가능성에 대해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관론은 주로 농산물 수입국과 개발도상국 입장을 반영하는 국제기구들이 펼치는 논리다. 인구증가와 소득증가에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만성적 식량부족과 농산물 가격폭등으로 식량위기가 날로 심화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FAO와 유엔개발계획(UNDP) 등의 국제기구, 영국 포어사이트연구소와 미국 월드와치연구소, 세계적 석학인 사무엘 헌팅턴과 레스터 브라운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낙관론은 곡물수급불안은 일시적 현상일 뿐, 개도국에 대한 농업투자와 신품종·신기술 접목을 통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옹호하는 국제기구와 미국 유럽 호주 캐나다 등 농산물 수출국, 다국적 종자회사 및 식품회사 등이 대표적 낙관론자들이다.
◇G20, 식량문제에 국제공조 대응키로
식량위기 가능성과 관련, 국제사회도 그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요20개국(G20)은 지난달 22~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1회 농업장관회의를 개최, ‘농업과 식량가격 변동성에 대한 행동계획’이라는 선언문을 채택, 오는 11월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보고키로 했다.
선언문의 골자는 우선 농업생산을 늘리기 위해 ‘국제 밀 연구이니셔티브’를 통해 밀 관련 연구를 강화하고, 쌀 관련 연구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특히 농산물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FAO를 중심으로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을 창설, 기존의 조기경보시스템(EWS)과 연계해 수급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아울러 식량수급 문제에 대한 국제 정책공조를 강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인도적 식량수출에 대한 규제완화, 가격변동에 취약한 국가 및 계층에 대한 국제지원 확대 등은 물론, 투기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해 농산물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강화 방안을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키로 했다.
이 같은 농업장관 회의 결과에 대해, 세계 각국은 일단 긍정적 반응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앞으로도 식량가격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G20이 구축 예정인 AMIS 시스템을 통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의 결과가 문제해결에 불충분하다며, “미국·브라질 등의 반대로 식량가격 상승의 주원인 중 하나인 바이오연료 생산 관련 보조금 삭감에 대한 합의에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또 AMIS 구축에 필요한 재원마련, 중국·인도 등의 소극적 태도, 개도국의 통계작성 및 분석기술 부족 등으로 AMIS가 제 기능을 수행할 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 OECD 취하위권
아무튼 국제곡물가격 고공행진과 세계 식량위기 가능성은 우리나라 같은 만성적 식량수입국에게는 단기적 물가상승 뿐만 아니라, ‘식량안보’ 차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경지면적과 농업인구가 동반 감소, 식량생산기반이 악화돼 국내생산을 통한 공급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
경지면적이 지난 1970년 229만8000ha에서 2009년에는 173만7000ha로, 농업인구는 같은 기간 1440만명에서 310만명으로 급감했으며, 그나마 절반이 60세 이상의 고령자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구증가율 둔화로 식량용 곡물수요 증가는 현격히 둔화된 반면, 소득향상으로 육류소비가 늘면서 가축사료용 수요 확대가 폭발적이다. 사료수요량은 1970년 58만4000톤에서 2009년에는 891만4000톤으로, 무려 15배 넘게 급증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약 27%로, 그나마 쌀이 96%지만 밀과 옥수수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40년간 곡물공급량은 2배 증가한 데 비해 수입량은 6배나 늘어, 수입의존도는 더욱 심화됐다.
더욱이 수입선이 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등 일부 국가와 4대 곡물메이저 회사에 편중돼 있어, 식량위기 상황시 탄력적 대응이 어렵고 이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구조다. 식량안보 측면에서 큰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다.
◇ 한국의 식량위기 탈출 비상구는?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도 최근 ‘식량위기는 올 것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자급률과 자주율을 동시에 관리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식량위기에 대비해 국가차원의 시나리오 플랜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자급이 불가능한 만큼, 해외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식량자주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
또 “연구개발(R&D) 강화로 맞춤형 수퍼 곡물 및 경지면적 한계를 뛰어넘는 첨단기술 개발, 곡물유통회사 육성, 수입국·수입선 다변화, 국제곡물시장 전문가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비상시를 대비해 동북아 식량안보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식량안보기금을 조성하는 등, 동북아 식량안보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송수 고려대 교수는 자유무역과 식량안보의 연계를 주장하며 “곡물수출 제한조치에 대한 명확한 규칙 도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투명성 제고, 새로운 협정 체결, 규제제도 강화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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