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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일 칼럼]문재인정부 농정,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도 5개월째를 맞았다. 국가안보, 민생과 경제 등 여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갖가지 개혁 조치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농업·농촌·먹거리 정책은 관심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농정분야의 3대 국정과제나 8월30일 대통령이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핵심정책토의)를 보면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농정의 가치와 이념이 무엇인지 헤아리기 쉽지 않다.
8월 말 확정된 2018년도 농업예산도 농가 소득 안정, 농식품 산업기반 조성, 식품안전 체계 구축 등 국정과제 이행을 뒷받침할 쌀값 회복, 가축질병 예방, 식품안전 강화 등 현안 중심으로 편성됐다. 이러한 흐름은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제시한 현안 우선, 중장기 정책과제의 점진적 추진이라는 2단계 접근과 일치한다.
문제는 드러난 현안에 대한 단편적 대증요법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농업·농촌·먹거리 정책에서 누적돼온 구조적 위기에 대해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1990년대 이래 우리 농정은 시장 개방에 대응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모화·전문화 등 구조조정에 치중해왔다. 그동안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농업 성장이 최근 20년간 거의 정체되고 있다. 근년에는 농업경영비의 급증과 반복된 농산물 가격 파동으로 가족농, 특히 청년경영주의 확보난이 극심해져 농업 존립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 또한 경영주의 초고령화와 편중된 정책지원으로 농가간 소득 불평등이 도시 가구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농촌 사회의 안정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농정 추진방식도 다시 짚어봐야 한다. 중앙집권적 하향식 시스템 아래 정부와 민간, 중앙과 지방간에 갑을관계 혹은 주종관계가 뿌리 깊게 형성돼 있다. 그로 인해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관련 주체들간 협력과 발전 잠재력이 거의 봉쇄된 상태다.
먹거리 영역에서는 소수의 곡물 메이저가 지배하는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곡물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인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도시 흉내내기’식 농촌지역 개발은 지역경제의 순환구조를 무너뜨리게 했다. 사람이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지방에는 ‘지방소멸’ 위기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쌀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쌀 한품목에 농업보조총액(AMS) 전액을 투입하고도 부족할 만큼 원칙 없이 운영된 목표가격제 위에 생산조정제를 다시 도입한다는 결정은 농정왜곡을 한층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거의 반세기의 시행착오 끝에 생산조정제 폐지를 결정했다.
이같은 농정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단편적인 현안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농정의 이념과 목표 설정, 농정 추진체계의 혁신, 일관성 있는 핵심 어젠다 정립 등 농정시스템 전반의 근본적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정부의 ‘돈 버는 농업’, 박근혜정부의 ‘국민행복농정’ 같은 공허한 귀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지속가능한 농정으로 농정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생산 중심의 낡은 농정 틀을 벗어나야 한다.
가족농을 중심으로 농업경영의 창의와 혁신을 보장하고, 농촌지역 사회 구성원간 포용과 협력을 장려하며, 미래세대를 위해 농촌·생태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 이제는 먹거리와 농업·농촌·환경 등을 포괄하는 국민농정 체계 구축이 우리 앞에 놓인 불가결한 과제임을 절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정영일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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