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서울대학교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건강한 삶, 무병장수의 길(12)음식이 운명을 바꾼다
암의 80%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 절반은 고열량 식품 과잉 섭취가 원인
건강한 부모 밑에서 좋은 생활습관 기르면 수명 120~150세까지 늘어날 수 있어
153세까지 장수한 영국 토마스 파, 왕 초대로 산해진미 먹고 1주일 뒤 사망
소박한 곡식·채식 식단이 몸에 가장 좋아
‘밥 식(食)’ 자는 본래 사람(人)에게 좋은 것(良)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고 바쁜 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 매 끼니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올바른 식생활을 가져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인의 사망원인 1위라는 암은 80%가 환경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며 그중 절반은 음식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암(癌)이란 한자를 분석해보자. 음식물(品)이 산더미(山)처럼 지나치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대인은 과식을 하고, 특히 기름지거나 지방질·당분이 많은 고열량 식품(설탕이 많이 가미된 음식물)을 과잉 섭취하고 있다. 게다가 운동량도 부족해 과잉 섭취한 열량을 제때 소비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30~40년 전 우리나라에는 고열량 식품이 귀했으며 잡곡을 많이 먹었다. 또한 많이 걸어다녀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떠한가. 수많은 직장인이 회식이다 모임이다 하며 열량이 높은 기름진 음식을 수시로 섭취하고 있다. 지나친 열량 섭취는 에너지 과잉(energy excess·열량 과잉)을 초래하고, 이는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대장암 등 각종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동양 고서인 <채근담>은 다음과 같은 글귀로 편식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입에 맛나는 음식은 창자를 녹이고 뼈를 썩히는 독약이 되니, 언제나 모자랄 정도로 적게 먹어야 탈이 없다.’ 실제로 지나치게 달고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은 입을 즐겁게 할 순 있어도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음식은 먹기 좋은 것만 취하지 말고 건강에 좋은 것을 취해야 한다.
영어 격언에도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먹느냐가 당신(의 몸)을 만든다’라는 뜻이며, 다른 말로 ‘당신의 몸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음식이 당신의 운명을 바꾼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사망원인 1위라는 암은 80%가 환경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며 그중 절반은 음식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진정으로 몸에 좋은 음식은 왕이 먹었던 산해진미나 진수성찬이 아니라 시골 농부들이 즐기던 소박하고 검소한 곡식과 채식 위주의 식단이다.
장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부모 밑에서 이상적인 생활습관을 갖추면 인간의 수명은 120~150세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왜 100세도 넘기기가 어려울까? 그것은 우리가 그동안 식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피타고라스·소크라테스·플라톤 등 장수한 선인들은 대개 곡류나 채소 위주로 소식했다고 전해진다. 미국의 발명왕 에디슨도 적당량만 먹고 잠은 조금 자는 방법으로 머리를 맑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과식과 고열량 음식 섭취는 결코 장수를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심장병·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암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할 뿐이다.
‘올드 파(Old Par)’라는 스카치위스키의 라벨에는 영국에 실제로 살았던 토마스 파(Par)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그는 1483년부터 1635년까지 무려 153년이나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평생 농사일만 했고 130세에도 보리타작을 할 정도로 건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 왕의 초대를 받고 평소에 접하지 않던 산해진미를 먹고는 1주일 후 사망했다고 한다.
진정으로 몸에 좋은 음식은 왕이 먹었던 산해진미나 진수성찬이 아니라 시골 농부들이 즐기던 소박하고 검소한 곡식과 채식 위주의 식단이다. 다시 한번 입만 즐겁게 하는 왜곡된 음식문화를 반성하고 싶은 오늘이다.
이동호<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이동호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휴스턴 베일러 의대 및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의대(UCSD) 연구교수로 참여했다. 전문 진료분야는 위와 대장 등 소화기질환이며, 대한소화기학회·미국소화기학회·대한노인병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2009년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와 영국 국제인명센터(IBC)가 발행하는 국제인명사전에도 각각 이름을 올렸고, 2017년에는 알버트 넬슨 마르퀴즈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