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국내 산란계농가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 중에서 일부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인증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한국 농축산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소비자의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HACCP을 비롯해 친환경·유기농·무농약 등 식품안전 관련 인증을 두고 소비자 불신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이러한 인증 제품을 소비해왔던 소비자들은 배신감마저 표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높아가고 있다. 국산 농축산식품의 안전성은 수입 농식품에 대한 거의 유일한 비교우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내 농축산업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
물론 이번 사태를 키운 정부의 잘못도 크다. 하지만 농축산업계 종사자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잃어버린 소비자의 믿음을 회복하려면 정부·언론·생산자 모두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단순 탁상행정이 아니라 지원책을 포함한 실제 이행수단과 처벌수단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에게 안전한 식품을 보장할 수 없는 국가가 과연 나라다운 나라인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장관이나 고위공무원들이 식품안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시식회를 벌이는 임기응변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언론은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통해 소비자의 지나친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생산자가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국내외를 둘러싼 많은 어려움 속에서 안전하고 저렴한 식품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생산자의 수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또한 생산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친환경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의사는 일반 농축산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안전한 고품질 농축산품을 생산한다면 그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해나갈 것이다.
예전 주한중국대사관 관계자와 면담 중 들었던 말이 다시 생각난다. 그는 중국산 농축산식품 안전성에 대한 한국 소비자 인식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중국산 농축산식품 중 정식 수입허가를 받고 들어오는 제품이라면 엄격한 검사를 거쳤기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오히려 중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은 보따리상이 들고 들어오는 제품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보따리상이 유해한 요소를 가진 저품질 제품을 싼 가격으로 들여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한국산 농축산물은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식으로 수입된 중국산 농축산물보다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 더 많은 위험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과연 그의 말이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가졌는지는 생산자나 수입업자가 가장 잘 알 것이다.
그의 말이 더이상 한국에서는 맞지 않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송유철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