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耕者有田)’ 등 현행 헌법에 명시된 농업 관련 조문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 산하 경제·재정분과 자문위원회는 이달까지 현행 조문을 검토한 결과 농업·농촌 관련 조문인 121조와 123조는 손대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개헌특위가 해당 조문 삭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경자유전 원칙은 존속하게 됐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조문이므로 현행 유지하기로 했다”는 게 경제·재정분과 자문위의 설명이다.
전문과 부칙을 제외하고 130개 조문으로 이뤄진 현행 헌법에서 농업·농촌 관련 조문은 단 두가지다. 경자유전 원칙을 명시한 121조와 국가의 농어업·중소기업 보호·육성 의무를 규정한 123조다. 경자유전이란 농지는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이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현행 헌법인 1987년 9차 개헌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식량주권을 지키고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보전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실제 소유자와 실경작자가 다른 농지가 절반이 넘는 등 이 규정이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개헌특위는 올초 주요 농민단체에 공문을 보내 경자유전 원칙 삭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농업계는 농지가격 상승, 무분별한 농지개발, 농민의 소작농 전락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의 뜻을 강력하게 표명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농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농민이라는 농업 존중의 정신이 헌법의 핵심가치로 담긴 것”이라며 “식량주권 유지와 농업의 다원적 가치 강화를 위해서 경자유전 원칙은 폐지가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이에 따른 국가의 지원 의무를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농업계의 요구는 반영되지 못했다. 5·9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대선주자들이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담겠다고 약속해 농업계의 이목이 쏠렸던 대목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업 관련 단독 조문을 신설하고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며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에서 다음을 기약할 수는 없으니 이번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종일 경제·재정분과 자문위원장은 “농업이 단순히 여러 경제활동분야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가지는 각별한 의미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공익적 가치)까지 세세하게 검토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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