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이 지닌 가치는 매우 크다.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먹거리를 공급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국토 환경과 자연경관을 보전하고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홍수방지, 생태계 보전 등과 같은 다양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5월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은 이러한 농업·농촌의 가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는 게 농업계의 요구다.
◆농업·농촌의 가치 무한대=농업은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산업이다. 사람이 자동차를 타지 않거나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는 살 수 있어도 먹지 않고는 채 1주일도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업은 국민들이 먹고사는 데 필요로 하는 식량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농업은 여러 공익적 가치가 있다. 대표적인 게 수자원 함양이다. 논 1㏊(3000평)에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2400t 정도다. 우리나라 논 면적(90만8000㏊)으로 환산하면 21억8000만t에 달한다. 우리 눈에 단순해 보이는 논이 충주댐 정도의 홍수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농업은 또한 천연정화조다. 물이 농경지에 머무르는 사이 각종 영양분이 농작물에 흡수되거나 토양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이런 식으로 정화되는 오염물질이 연간 7억t이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농업은 농촌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농업이 사라져 농촌이 공동화되면 국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농촌이 황폐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는 것이다. 또 농촌은 일상에 지친 도시민에게 휴식처를 제공해주기도 하며, 도시민이 제2의 삶을 살 수 있는 귀농·귀촌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식량자급률 법제화 필요=농업·농촌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는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세우고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라는 게 농업계의 지적이다. 식량자급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농지 확보부터 시작해 토지 이용률 제고 등 농정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도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6년에 처음으로 목표치를 설정했다. 당시 정부는 2015년까지 곡물자급률 2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에는 이를 30%로 대폭 높였다. 하지만 실제 달성된 자급률은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곡물자급률은 23.8%에 불과하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도 50.2%로 목표치인 57%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품목별 자급률도 쌀을 제외하고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자급률 101%를 기록한 쌀도 소비부진 등의 요인이 크다. 보리쌀은 22.3%의 자급률을 기록해 목표치 31%에 크게 못 미쳤고, 밀은 자급률 1.2%로 목표치(10%)를 무색케 했다. 따라서 식량자급률 목표 설정이 ‘말로만’ 그쳐서는 안되며 법제화를 통해 이를 달성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식량과 주요 식품의 자급률에 관한 독립된 조문을 신설하고 정부지원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개정안’을 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도농교류 활성화해야=도시민과 농촌지역 주민들의 교류 활성화도 농업·농촌의 가치를 지켜갈 수 있는 좋은 방안으로 꼽힌다. 도농교류를 통해 도시민과 자라나는 아이들이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농교류촉진법에 따르면 도농교류란 농촌체험휴양마을사업·관광농원사업 등을 통해 도시와 농촌 간에 이뤄지는 인적 교류와 농림수산물 등의 상품, 생활체험·휴양 서비스, 정보·문화 등의 교환·거래 등을 말한다. 농민·소비자·정부 연대를 통해 농업·농촌의 농산물 홍보·교육·보존운동에 기여할 목적으로 1999년부터 추진됐다. 2003년부터는 농어촌 청소년 문화사업(뮤지컬·전통문화체험), 2005년부터는 소비자 농어촌체험교육 분야로 확대됐다. 최근 5년간(2011~2015년) 연평균 894회의 교류행사에 7만7000명이 참석했다.
도농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범농협이 지난해 초부터 펼치고 있는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을 참고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운동은 농촌 마을과 연결된 기업·관공서·병원·학교 등이 마을에서 농가주택 수리, 벽지·장판 교체, 말벗 돼주기, 안부전화 하기, 하천·농수로 청소, 꽃길 가꾸기, 벽화 그리기, 문화·예술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이 운동의 핵심 역할을 맡은 ‘명예이장’이 1003명이나 나오는 등 양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마을이 받은 수혜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억원가량 된다고 농협은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