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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먹방’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먹는다의 ‘먹’과 방송의 ‘방’을 합친 신조어로, 다양한 방송매체에서 연예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먹성 좋게 잘 먹는 장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이런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다양한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그 첫째가 다이어트 때문에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1인가구가 늘면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주로 방송을 시청한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유가 어떻든간에 방송매체에서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조리하고, 맛있게 먹는 것을 소개하는 일을 굳이 나무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전국의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때도 있다. 정작 그 음식의 근본이 되는 ‘농업’과 그 일에 종사하는 ‘농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기 때문이다.
국이민위본 민이식위천(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의미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손호(孫皓)에게 명재상 육개(陸凱)가 올린 상소문에 있는 구절이다. 손호는 손권의 손자로 오의 3대 황제에 올랐지만 폭정을 일삼다가 진(晉)나라에 나라를 넘겨줬던 인물이다. 난세에 나라를 지키는 데 탁월했던 손권과는 달리 손호는 백성을 수탈하고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어 망치고 말았다. 육개는 이러한 황제의 전횡을 막기 위해 강직하게 간언을 했던 충신으로, 손호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육개가 올린 상소문의 첫머리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신이 듣기로 도가 있는 군주는 백성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고, 무도한 군주는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백성을 즐겁게 하는 자는 자신의 즐거움도 영원하지만, 자신만 즐겁게 하는 자는 곧 멸망하고 맙니다. 무릇 백성이란 나라의 근본이므로 진실로 그들의 식량을 중시하고 목숨을 아껴줘야 합니다.”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구절의 의미는 굶어죽는 사람이 다반사였던 시절, 식량을 얻는 것이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음을 가리킨다. 그래서 예로부터 훌륭한 군주들은 백성들이 경제적 안정을 누리도록 선정을 펼쳤던 이들이었다. 세종대왕은 <권농교서(勸農敎書)>에서 ‘백성들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하며 이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중국 춘추시대에 제나라 환공을 ‘춘추 5대 패왕’으로 만들었던 명재상 관중도 자신의 통치철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백성들은 곳간이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풍족해야 영예와 치욕을 안다.”
관중은 제나라를 군사대국뿐 아니라 ‘예의염치’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대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공자도 ‘만약 관중이 천하를 바로잡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 오랑캐로 살아야 했을 것이다’라고 관중을 높이 평가했다. 관중이 품은 통치철학의 핵심은 바로 백성을 잘살게 하는 데 있었다. 아무리 부강해져도 나라의 근본이 되는 백성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으면 나라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관중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고사들을 첨단과학 시대인 오늘날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식량을 자족하지 못하면 나라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 환경파괴 때문에 앞으로 무력에 기반한 전쟁보다 식량 전쟁이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거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많이 있다. 우리 역시 눈앞의 경제이익만으로 정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식량부족의 시대를 대비하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요즘 각 분야의 리더들이 ‘경제민주화’를 많이 주장하고 있다. 이말뿐만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나라는 국민이 근본’이라는 철학과 그것의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농업’과 ‘농민’이라는 사실도 깊이 새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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