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위원장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가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의 삭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개헌특위는 최근 주요 농민단체에 공문을 보내 ‘농촌인구 감소 등 시대상황적 변화를 반영해 경자유전 원칙을 삭제하자는 의견이 있다’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경자유전은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1948년 제헌헌법 제정 이후 각종 법률에 경자유전 원칙 이념이 녹아 있었지만, 헌법 조문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1987년 제9차 헌법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30년 전(1987년 개헌)에도 헌법에 경자유전 문구를 넣을 것인가를 두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남북 대치 상황이나 식량자급기반 확보 필요성 같은 정치·경제·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자는 주장이 우세했다”며 “경자유전 원칙을 헌법에 명시한 것은 우리나라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헌특위가 경자유전 삭제를 거론한 것은 이 규정이 사문화됐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추진된 농지개혁으로 봉건적 소작제도가 폐지됐다. 그렇지만 각종 예외조항을 통해 비농민의 농지 소유가 계속해서 허용됐다. 게다가 1950년 농지개혁 단행 이후 46년이 지나서야 농지법이 제정되면서 제헌헌법의 기본 정신 중 하나였던 경자유전 원칙은 크게 훼손됐다. 소유자와 실경작자가 다른 농지는 2015년 기준 전체의 50.9%에 달한다.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임차농 비중도 60%를 넘어섰다.
농업계는 경자유전 원칙이 식량주권 유지와 농업의 다원적 가치 보전·계승을 위해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며 삭제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개헌특위에 보낸 회신에서 ‘농촌인구 감소와 경자유전 원칙은 아무런 관계가 없고, 농지는 농사짓는 농민들이 소유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농민회 역시 ‘식량자급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경자유전 원칙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이 검토돼야 한다’고 회신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농지가격 상승과 농산물 생산비 증가로 인한 부작용을, 한국4-H본부는 무분별한 농지개발과 농민의 소작농 전락을 우려했다.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경자유전은 농업생산량 증가뿐만 아니라 국토·환경 보전, 식량주권 수호, 농업의 다원적 가치 보전·계승이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다”며 “경자유전 원칙을 포함한 농업 관련 주요 쟁점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