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중력 탓에 위치가 바뀔 때마다 오차가 생긴다는 것에 착안하여 18세기 스위스의 천재적 시계 제작자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투르비용’을 발명했다.
즉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해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도록 시계 속에 넣은 장치가 투르비용이다. 이 장치는 너무 복잡하고 정교해 만들 수 있는 장인이 얼마 되지 않으므로 한개 제작하는 데만 몇개월이 걸린다.
미학적인 우아함과 시계로서 효율성 때문에 이 장치를 넣은 손목시계 하나 값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 시계에 품격을 입힌 결과다.
쌀에도 품격을 불어넣어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쌀은 예로부터 한국인 식생활의 기본이었다. 이제는 굶주림을 달래기 위한 쌀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영양의 보급을 넘어 기호식품으로 변신시켜야 할 것이다. 쌀을 식용하면 건강해지고 바르면 예뻐 보인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유아기 때의 입맛은 성장해서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이의 이유식을 쌀로 한다면 나이 들어 더욱 쌀을 찾게 되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엔 쌀을 이용한 다양한 문화가 있다. 이를 찾아내 생활 속으로 스며들게 해야 한다. 토마토축제·딸기축제·멜론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축제는 있어도 쌀축제는 경기 이천에서만 열리고 있다. 그것도 농경문화 체험 위주이지 현대적 감각에 맞는 엔터테인먼트(오락)는 거의 없다.
식량 이외에 쌀과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 체험과 건강유지 및 레저상품과 함께하는 쌀문화 축제가 필요하다. 즉 쌀이 흔해빠진 천덕꾸러기가 아닌 귀하고 소중한 생필품에다 먹는 이의 격을 올려주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
제일 좋아하는 식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밥 이외에 쌀음식이라고 대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베트남은 쌀국수가 대표적이고, 프랑스에는 와인과 코냑이 있으며, 독일에는 맥주가 있다. 이들 제품이 이렇게 유명해진 이유는 후손들이 세월과 함께 제품에 품격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쌀이 천덕꾸러기가 된 것은 정부정책도 한몫을 했다. 2005년부터 직불금제를 도입하여 2015년까지 정부는 11조3994억원을 직불금으로 지불하였다. 더욱이 2016년도 직불금 예산은 1조8017억원이나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쌀을 사기만 했지 소비대책을 강구하지 않아 정부 스스로가 천덕꾸러기로 만들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라도 정부에서 구매가 아닌 소비촉진을 위한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직불금제 도입 이전 추곡 수매 때에는 전체 생산량의 16%를 수매하였다. 그런데 직불금제 도입 이후부터 전체 생산량의 60% 가까이를 정부와 농협이 사주고 있다.
이 쌀을 상당부분 창고에 쌓아두고 있으려니 관리비만 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국민들께 밥을 더 먹으라고 해서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쌀을 재료로 기능성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전세계 시장으로 확대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쌀라면·쌀크림·쌀겨오일·쌀겨팩·쌀비타민A의 개발과 이유식 원료 등 개발의 여지와 시장은 무한하다.
현재도 수백가지의 쌀제품이 개발되었지만 이를 유통시키고 홍보하는 것은 거의 전근대적이다. 비근한 예로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마저 쌀을 재료로 하는 제품코너가 거의 개설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스라엘의 탈무드 중 ‘고기를 잡아주면 한끼의 식량이 되지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의 식량이 된다’는 격언처럼 농민 스스로 사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직불금으로 연명하게 할 것이 아니라 자립하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쌀제품의 품격을 올려서 쌀이 귀한 대접을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