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유전자변형(GM) 기술로 만든 콩과 옥수수가 시장에 등장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신대륙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프랑켄 푸드(악마의 음식)’ 취급을 받던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은 20년 동안 몸집을 불려 현재 70개국의 식탁에 오른다. 이미 우리 식탁은 GMO 없이는 차리기 어려울 정도가 됐고, 국내에서 GMO 재배가 허용될 날도 머지않은 분위기다. 그렇지만 GMO가 건강과 환경에 끼치는 유해성 논란은 여전하다. ‘꿈의 식량’과 ‘재앙의 먹거리’ 중 어느 쪽이 GMO의 진짜 얼굴일까.
위험×-GMO, 자연에 너무 흔한 현상 유해 여부는 사용방법에 달려
●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은 1996년 미국에서 처음 상업화된 이후 20년 이상 사용됐다. 농업 역사상 어떤 작물보다 많은 검사·감시를 받아왔고, 전 세계의 수많은 보건당국과 과학단체는 유전자 변형(GM) 작물의 안전성이 일반 식품과 다르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GMO의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도 큰 것 같다. 소비자 중에는 유전자(DNA)가 일반 작물에는 없고 GMO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럽 41%)가 많다. GMO를 먹으면 그 안의 변형된 유전자가 우리 몸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질병이나 암에 걸린다고 믿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새를 잡아먹으면 날개가 생기고, 물고기를 먹으면 아가미가 생긴다’와 같은 생각인데,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많은 사람이 유전자 변화는 GM 작물에만 있을 것으로 착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기존의 잡종강세·배수체육종 등은 교배할 때 수천에서 수만개의 유전자가 마구 뒤섞여 변화가 일어나고,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을 이용한 돌연변이 육종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유전자가 어떤 식으로 변형되었는지 짐작조차 못한다. 이에 비해 GM 작물은 고작 1~4개의 외래 유전자가 주입될 뿐이다.
결국 걱정거리는 유전자의 변화량이 아니라 교배가 불가능한 종 간의 경계를 벗어난다는 점일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히 안전한 유전자를 옮기지만, 혹시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생할까 봐 10년 이상의 시간과 1000억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서 검증한다.
GMO는 자연에 없던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자연에 너무나 흔한 현상이다. 오히려 자연에 없는 방식은 접목이나 돌연변이 육종 같은 기존의 육종방식이다. GMO는 단지 낯설다는 이유로 차별당하고 있다.
고구마가 자연이 만든 천연의 GMO임이 최근 밝혀졌다. 겐트대학 연구팀의 유전자 분석과 근연종 연구에 따르면 고구마는 원래 별로 쓸모없는 작물이었는데, 박테리아가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는 바람에 재배하기 쉽고, 먹기 좋은 작물이 됐다고 한다. 유전자의 수평적 이동(GMO)에 의해 새로운 유용 작물로 창조된 것이다.
사실 지금의 GMO 검사는 생물 전체에 걸쳐서 일어난 유전자 변형 정도를 검사하는 게 아니라 단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추가하는 유전자가 있는지를 가려내는 과정이다.
옥수수에 수십개의 외부 유전자가 삽입돼도 그것은 전통의 옥수수이고, 인간이 추가한 딱 한 가지 유전자만 있어도 완벽한 GMO라고 판단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에 GMO 현상이 얼마나 흔한지 잘 모른다. 인간 유전자의 약 8%는 바이러스 등에 의해 삽입된 외래 유전자라고 한다. 우리의 유전자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바이러스에 의해 조작된 셈이다. 이것은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진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태반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도 이렇게 유입됐다고 한다.
이처럼 GM 기술은 바이러스와 세균이 원조이며 태고적부터 있었던 것이다. 단지 인간이 그 흉내를 내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일이고, 그것이 인간에게 유용할지, 해로울지는 인간의 사용 방법에 달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작물은 모두 나름 충분히 안전성이 검증됐다. 그런데 단지 낯설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위험성 주장을 함부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적절한 태도도 아니다.
|